고개 든 조선·화학株, 시장이 넓어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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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호 20면

투자 종목을 결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하나는 이익이다. 현재 많은 이익을 내고 있거나 향후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주가다. 이익이 좋지 않아 주가가 크게 떨어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둘은 상반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익을 기준으로 한 투자 방법이 공격적인 형태라면 주가를 따지는 투자는 방어적인 방법이다.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지면 더 이상 손해를 볼 확률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50위 내에 있는 주식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회사로 봐도 무방하다. 이들 가운데 많은 수의 주가가 고점 대비 50~60% 정도 떨어졌다. 어떤 주식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수준까지 떨어진 것도 있다. 조선과 화학업종 주식을 포함해 대형 건설주와 은행 등이 바로 그런 주식들이다. 이런 주식이야말로 가격을 기준으로 투자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만큼 부도와 같은 재무 위험에 휩쓸릴 가능성이 없다. 영업 환경이 나빠 이익이 줄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이익을 늘릴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업 상황이 좋지 않아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 이들 주식을 사놓으면 이익이 늘어날 때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주가가 오르고 난 후다. 일단 낮은 가격이라는 매력이 사라진다. 이익을 기준으로 한 투자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주식들은 이익이 늘어나면 주가 상승이 계속되지만 이익은 늘지 않고 주가만 오를 경우엔 얼마 못 가 상승 대열에서 탈락하게 된다.

지난 2년 동안 줄곧 하락을 거듭하던 조선·화학업종 주식들이 최근 오르기 시작했다. 조선 3사만 하더라도 주가가 한두 달 사이에 저점 대비 30% 가까이 올랐다. 정보기술(IT)·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를 대체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상당한 변화인 건만은 분명하다.

일러스트 강일구

중국 특수보다 낮은 주가가 매력
조선·화학주처럼 낮은 주가가 매력이었던 주식들이 앞으로 이익을 올리면서 상승세를 이어갈지 여부는 중국 경제의 동향에 달려 있다. 둘 다 2~3년 전까지 중국 관련주로 각광 받던 업종이었고, 실제로 중국 특수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올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5%를 기록했다. 올 초 시장의 전망치 8.2%는 물론 5월에 수정된 7.8%마저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7.7%였던 걸 감안하면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계속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금융위기 직후 빠르게 회복됐다가 이후 성장률이 낮아졌다. 지금은 2010년 최고 대비 성장률이 3%포인트 정도 후퇴한 상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기대가 너무 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 경제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일자리도 크게 늘었고 투자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인력이 늘고 투자가 활발히 진행될 땐 생산성이 낮아도 문제 될 게 없었다. 늘어난 고용과 투자의 효과가 낮은 생산성을 압도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력 투입은 한계에 도달했고, 급격한 투자 증가로 인해 공급 과잉까지 발생했다. 2010년이 분기점이었다. 이때부터 중국 경제가 눈에 띄게 약화되면서 임금 상승률도 높아졌다. 이렇게 경제 구조가 악화됐는데도 불구하고 고도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이런 높은 기대에 비교해볼 때 중국의 성장세가 갑자기 꺾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의 세계 경제 편입이 어느 정도 완료됐기 때문이다. 2001년 12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 특수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됐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그 혜택을 많이 봤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설 정도였다. 이제 편입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중국은 더 이상 한국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주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우리 입장에서 보기엔 상대적으로 중국 경제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걸로 느낄 수밖에 없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특별한 대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지금의 상황을 구조조정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에는 필연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므로 섣부른 부양책보다 이를 감내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가 바닥 확인 … 당분간 오를 듯
이런 배경에서 보면 중국 특수가 되살아나면서 조선주와 화학주가 다시 각광받는 것을 기대하긴 힘들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들의 주가 저점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공포심리가 조선·화학을 포함해 대형 건설주와 은행주를 지배했었다. 이미 고개를 든 조선·화학주는 당분간 그동안의 낙폭을 회복하기 위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시장은 정보통신·자동차 외에 또 다른 투자 종목을 얻은 셈이 된다. 기존 주도주와 낙폭 과대주 사이에 각축이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은 증시에 긍정적 신호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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