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회장 지배권 강화 과정에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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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SK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SK의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그룹 경영지배권 강화 과정에서 계열사들과 부당내부거래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데 주목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등은 지난해 봄부터 이런 의문을 제기해 왔다. 당시 崔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비상장 기업인 워커힐 호텔 주식을 SK글로벌 등 계열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적정 주가보다 훨씬 비싼 값에 매각했다고 시민단체는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또 崔회장은 이렇게 비싸게 넘긴 차액으로 그룹 지주회사 격인 SK㈜주식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측은 "워커힐 주가는 세법에 규정된 대로 제대로 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반박해 양측의 주장은 팽팽히 맞서왔다. 따라서 검찰은 워커힐 등 계열사 주식의 매매 과정에서 부당 내부거래 혐의가 없었는지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은 지난 1월 8일 참여연대가 崔회장과 손길승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내용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당시 "SK증권과 세계적 투자은행인 미 JP모건의 불법적인 거래를 통해 계열사인 SK글로벌이 큰 손실을 입었다"면서 "이는 당시 이 회사의 이사였던 崔회장과 그룹의 책임자인 孫회장 등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SK증권은 또 지난해 12월 이 사건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거래법 등을 위반했다고 해서 11억8천여만원의 과징금과 기관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 사건은 외환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이전 SK증권은 모건이 판매한 파생금융상품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고, 그 책임 소재를 따지는 법정 소송까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SK증권은 모건 측에 3억2천만달러(약 3천8백억원)의 화해금을 지불했다.

증권은 대신 1999년 10월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모건 측에 1억7천만달러(2천여억원)의 투자를 요청했다. 당시는 금융구조조정이 한창이었고, 자기자본이 부족한 SK증권은 증자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자칫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모건은 투자액 중 1천1백여억원에 대해선 자신들이 손실을 볼 경우 SK가 부담을 해야 한다는 이면조건을 요구했고, SK 측은 계열사인 SK글로벌이 해외현지법인을 통해 모건이 매입한 SK증권 주식을 되사주기로 했다.

금감원은 또 모건 측은 지난해 SK증권 주식값이 매입가보다 떨어지자 SK측이 되사줄 것을 요구했고, SK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SK글로벌과 캐피탈.워커힐 등 3개 계열사를 동원했다고 밝혔다.

김영욱.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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