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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차 넓어지는 석유 왕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석유 이권료만 한해에 10억불씩을 거둬들이고 있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력의 총화라는 우리의 내년도 수출 계획과 맞먹고 새해 예산 규모에 필적하는 돈을 외국 석유 재벌로부터 거둬들이고 있지만 마호메트의 후예들은 예나 지금이나 가난하다. 석유가 가져 온 부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은 한줌의 특권층이며 빈부의 격차는 이 광활한 사막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물과 무진장으로 있다는 기름만큼이나 멀어져 있다.
작년에 1억4천1만t의 원유를 채굴, 미국(5억2천6백만t)소련(3억1천만t)베네수엘라(1억8천7백만t)에 이어 세계 제4위의 산유국이 된 「이란」의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약2배인 연2백60불.

<권력층이 95% 소비>
그러나 이 소득 수준은 2천6백만 국민의 생활 수준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국부의 95%를 팔레비왕을 비롯한 일권의 왕족과 집권층이 장악, 요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는 흔히 그런 가족이 이 나라 정치와 경제를 주름 잡고 있다고 말한다. 국왕의 권력은 거의 무한하며 역대 장관이나 부호는 예외 없이 왕족이다. 따라서 인구 2백60만의 수도 「테헤란」에는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질주하는 승용차의 물결이 마치 외국차의 전시장을 방불케 하지만 수도를 벗어나기 바쁘게 농업과 목축으로 생계를 잇는 서민들의 토굴이 나타난다.
세출 예산을 보면 부와 권력의 함수 관계가 더욱 선명해진다. 69년도 예산 45억불의 3분의1 해당액인 일반회계예산 15억불 중 40%가 넘는 6억2천만불이 권부인 왕실과 수상실·내외치안 및 국방비로 배정돼 있다.
한가지 이채로운 것은 교육진흥사업에 매년 2억불이 넘는 파격적인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점인데 이를 가리켜 어떤 사람들은 『경제 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문맹을 퇴치해야 한다』는 팔레비왕의 탁월한 정치 의식의 소산이라고 하고 흑은 이 나라의 엄청난 빈부차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8백만 「사우디아라비아」국민의 빈부차는 「이란」보다 더욱 엄청나다. 작년에 1억4천만t의 원유를 생산 「이란」에 이어 세계 제5위의 산유국임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 예산의 75%이상(9억2천6백만불)을 석유 이권료 수입으로 조달하고 있으나 석유를 빼고는 부존 자원이 거의 없어 국민 생활은 비참하다. 1인당 국민 소득이 작년에 3백불에 육박했다고 하지만 부는 약50명으로 추산되는 왕족과 그밖에 「제다」에 거점을 두고 있는 한층의 대상인 집단에 편재되어 있다.「파이잘」왕은 수상인 동시에 외상이며 대상은 최상류층으로 존경받는다. 그러나 국민의 대부분은 한결같이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예로 전 인구의 40% 가까운 3백여만명이 아직도 유목민이다.

<불평 없이 가난 감수>
가장 완고하고 보수적인 회교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민의 불만을 코란으로 중화시키고 있다. 3개의 회교 성지중 제일(메카) 제이(메디나) 성지를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연 50만이 넘는 성지순례자들이 관리와 대 이스라엘 전에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이슬람교를 정치·경제·문화·사회생활의 기축으로 삼고 있다.
부러울이 만큼 풍부한 석유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다수 국민이 빈곤을 아무 불평 없이 감수하고 있는 것 같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종교와 전통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뼈저리게 실감케 한다.【변도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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