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우체국 보험 '알짜'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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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농협과 우체국이 삼성.교보.대한생명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보험회사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농협과 우체국은 얼마 전까지 '보험'이라는 용어보다 '공제(共濟)'란 말을 주로 썼다. 공제란 어려운 고비를 함께 건너 어려움을 같이 구제한다는 뜻으로 성격상 보험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우체국은 '우체국보험'이라고 표현을 바꿨고, 농협은 공제라는 말을 계속 쓴다. 표현이야 어떻든 농협.우체국은 '은행+보험'을 뜻하는 '방카슈랑스'를 사실상 이미 해온 셈이다.

시중은행에서는 오는 8월부터나 방카슈랑스가 허용되지만 농협이나 우체국에 가면 당장이라도 예금의 입출금과 보험상품 가입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다.

#농협.수협 등의 공제상품

농협(www.nonghyup.com)은 생명보험 상품뿐 아니라 일부 손해보험 상품까지 취급하고 있다.

민영보험사와 달리 독자적으로 경험생명표와 연금사망률.재해율.질병관련 표준위험률을 적용한 새로운 공제(보험)상품도 판다.

농촌 곳곳까지 뻗어 있는 조직망도 장점이다.민영보험사는 이익이 발생할 경우 당기순이익이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지만 농협공제는 이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준다.

농협의 영업조직을 이용하므로 추가적인 고정투자가 거의 필요없고 사업비가 적기 때문에 공제료(보험료)가 저렴하고, 배당률은 민영보험사보다 높다.

수협(www.suhyup-bank.com)도 전국 6백여개 점포에서 공제상품을 팔고 있다. 수협공제의 특징은 ▶어선 공제▶선박 공제▶선원 공제 등 수산업과 관계된 상품이 많다는 점이다.

새마을금고도 공제상품을 판다.각 지역의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연합회(www.kfcc.co.kr)의 공제상품을 파는 대리점 역할을 한다. 보험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상품의 구성내용은 민간보험사의 생명보험.손해보험 상품과 엇비슷하다.

신용협동조합들도 '암 공제''운전자 공제''교육 공제' 등 여러 공제상품을 취급한다.

#우체국 보험

외환위기 이후 부실 보험회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우체국(www.koreapost.go.kr)의 보험상품이 인기다.

우체국보험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19조5천억원에 달했다. 보험료가 민영보험사에 비해 평균 10% 정도 싼 것이 큰 장점이다.

이는 집배원이나 우체국 창구직원들이 우편.예금.보험업무를 동시에 처리해 보험설계사나 모집수당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민간보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체국보험의 또 다른 특징은 민간보험과 달리 보험금이 4천만원 이하인 소액보험이라는 점이다. 고액보험 유치에 주력하는 민간보험은 보험금한도를 따로 두지 않는 반면, 우체국은 일반 서민들을 주고객으로 상품을 설계한다. 생명보험사의 주력상품인 종신보험의 경우 민간보험사는 최소 보험료를 월 5만원으로 정해 서민층에겐 부담스럽다.

그러나 우체국의 종신보험은 최소 보험료 제한이 없는 데다 가입자가 80세가 되면 불입한 원금과 함께 배당금은 지급한다.

가입절차도 민간보험에 비해 간편하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건강진단을 받지 않고 서면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민간보험에서 가입을 꺼리는 장애인.병약자.위험직종 종사자도 국영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담을 낮췄다"고 말했다.

이밖에 민간보험은 보험료 납입을 1개월만 늦추어 주는데 비해 우체국에서는 두 달 동안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계약을 유지시켜 준다.

전국에 깔려 있는 2천8백여개 우체국과 4천여명의 모집인을 통해 우체국보험에 들 수 있다. 우체국은 토요일에도 문을 연다.

다만 우체국보험은 정형화돼 있어 개인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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