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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옛날부터 우리속담에 『몸 1천냥에 눈이9백90냥』이란 말이 있다. 우리가 눈먼 소경이라고 가정해 볼 때 얼마나 답답하고 불행할까. 오늘 15회 「눈의 날」을 맞이하여 대한안과학회에서는 「늙어서도 밝게 보자』라는 표어를 내걸고 온 국민에게 노인성안질환의 조기발견, 조기치료를 통하여 늙어서도 밝게 보고 살자 라는「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한다.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아파도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찰을 받고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진료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이 불과 3할밖에 안 된다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니 눈 하나쯤 아파서 안과의사를 찾는 수는 더 드물 것이고 또 눈 하나쯤 실명해도 다른 눈 하나가 「스페어」로 있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수 있을 테니 이들이야말로 현대 문명에서 완전히 버림받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빈곤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무지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국가사회의 사랑의 손길이 정말 아쉬운 마음 간절하다. 선진국에선 벌써 의료사회보장제도가 실시 된지 오래이며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곧 병원에가서 적절한 진료를 받게되어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경제정상이 되어 명실상부한 「복지국가」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날이 오면 노점에서 아무렇게나 만든「선·글라스」나 돋보기를 사서 쓰지 아니할 것이고 약국에서 함부로 약을 사서 쓴 후 그 남용으로 인한 피해도 없어질 것이고 기계공업·화학공업이나 광산 등의 종사원이 꼭 보호안경을 착용하게 되어 산업 재해도 많이 줄게 될것이다. 또 교실의 조명도 좋아지고 불량만화 가게에서 희미하게 인쇄된 만화를 보지 아니하게 되어 아동의 근시도 줄어지게 될 것이며 함부로 만들어진 딱총, 칼등 장난감으로 인한안외상도 줄어들 것이고 안과마다 수없이 쇄도하는 눈을 팔겠다는 가엾은 편지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영양부족이나 전염성 안 질환으로 인한 실명자를 없애고 오로지 선천성 이상이나 노인성안질환에 도전할 시기가 오지 않겠는가.

<김상민 의박·가톨릭의대부속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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