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경찰관의 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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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1일은「경찰의 날」이다. 치안국은 기념행사로 같은 계급에서 20년 이상을 근속한 경찰관 1백23명을 특별승진시키고 1백49명의 경찰관에게 근종훈장등 훈장을 수여하고 4백99명에대해 내무장관감사장등 표창장을 주리라고 한다. 해방 후의 어려운 치안담당업무에서 오늘날 국내치안과 방첩업무등을 맡고 있는 경찰의 기능확대는 괄목한바 있으며, 인원등 5만여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 특별승진의 영예를 차지한 경위25명 경장98명은 순경·경사의 한 계급에 20여년간이나 묻혀서 국가의 치안을 담당하는데 노력을 계속해온 경관으로서 그들의 노고를 위로해마지 않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말단경관으로서 20개성상을 근무해온 그들의 인고가 자못컸으리라는 것은 누구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5급공무원으로서의 봉급에다가 몇푼 안되는 근무수당을 받으면서 주야의 구별없이 대민봉사에 진력해왔을 그들을 생각하면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경찰의 승진이 일반직공무원에 비하여 너무나 늦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경찰공무원법을 제정한지도 어언1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경찰공무원법의 시행으로 많은 경관에게 승진의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동일직종에 20년간이나 근무한 사람들이 수두룩한 실정이라고하니, 그들에게 생활의 의욕을 북돋워 주는 여러 가지 방안이 강구되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보수규정은 최근에 개정되었으나 이것도 만족한 것이라고는 하기 힘들다.
경찰공무원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대민봉사를 하는 점에 있어서 군인의 직무와 별차이가없음에도 불구하고 군사병의 장기복무자들의 월급에 비하여 20년 근속 순경이나 경장의 봉급은 월등 낮기 때문에 그 균형도 또한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보도에 의하면 순경들 중에는 많은 만성병환자가 있고, 생활고로 자살까지 하는 자도 있다고 하는 바, 이들 청렴한 경관들에게 생활급이라도 주는 아량이 정부당국에 있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나아가서 경관의 사회보장혜택과 수호에도 정부는 따뜻한 손길을 펴야할 것이다.
이에못지않게 문제되는 것은 부정부패경관들의 도태이다. 경찰이 파출소 유지비다 무엇이다하여 잡부금을 뜯는 일은 일소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교통순경들의 불미한 행동은 근절되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교통순경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는 운전사들의 말을 그대로 곧이 듣지 않는다하더라도, 일선 교통순경들의 부패는 극에 달한 느낌이 있기에 과감한 자가정비가 단행되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수사비를 주지 않으면 범죄수사에 성의를 다하지 않는 일도 근절되어야할 것이요, 정부는 경찰의 수사비나 자체유지비도 대폭증가해 주어야할 것이다.
경관들의 대민봉사태도도 이번「경찰의 날」을 맞아 고쳐졌으면 한다. 일제하의 순경들은 우는 아이들에게 울음을 그치게 하는 폭력의 상징이었는데 반하여 오늘날의 경관은 민주시민의 한 사람이요 국민에 대한「서비스」를 위한 민중의 지팡이임을 과시하여야 할 것이다. 경관의 대민봉사태도가 고쳐져야만 시민들의 경관에 대한 친밀감도 늘 것이요, 경찰의 모든 행사에 아낌없는 지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어려운 여건하에서 봉사하고 있는 일선경관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새로운 보수규정에 따른 승급을 축하하여 마지 않는다. 금년의 「경찰의 날」은 경관들의 보다 철저한 대민봉사를 다짐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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