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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과 광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퍼내티시즘」(광신)이 빚은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 졌다.어머니와 숙성한 네딸과 고교생 아들이 모두 농약을 마시고 생명을 잃었다. 그들은 신앙(?)으로 극약의 맹독성을 극복하려했었다. 그러나 신의 손길은 끝내미치지 않은 것이다.
일가족을 터무니없이 잃어버린 그 가장의 심경은 얼마나 허무하겠는가.그는 감리교 신자라고한다. 자신을 빼놓은 나머지 가족들이 최근 기독교개혁장로회에나가는 것을 그는 만류했었다고한다.아버지의 만류에 반발,가족들은 『극약을 먹어도 죽지않는교』를 입증하기 위해 그 일을저질렀다.
인문이 독약의 유독성을 이길수있다면, 그것은 분명 「미러클」(이적)에속한다. 종교적으로 이적이 없는것은 아니다.구약시대의 「유대」인들은 사방에서 그런 이적을 보고있다. 『「아론」지팡이』에서 꽃이핀 신비, 모래위이슬에 빵(만나)이 맺히는 경이, 맹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신기….비단 기독교뿐이 아니다.불타는 33인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자신의 존재를 중생들에게보여주었다.
신앙의 경지에서 신은 실로 다채로운 신비의 모습을 얼마는지구사 하고 있다.독약을 마셔도죽지 않는 이적은 그의 의지로는 하찮은 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적은 신앙의 일적이나 수단일수는 없다.예수는 이적을 행하면서도 스스로 그것을배척했다.
신앙은 신을 향한것이지,결코「쇼」와 같은 「미러클」을 위한것이 아님을 그는 늘설파했다.
죄를짓고 옥에갇힌 죄수에게 신은 결코 그의 울부짖음만을듣고철책을 녹여주지 않을 것이다.
역시 이들 광신자들이 마신 독약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조물주의 사랑스러운 지체위에 독약을 끼얹는 광신도들을 그는 돌보지 않을 것이다.신의 사랑은그처럼 광적이고 「센티멘탈」하진않다.
우리는 이비극을 놓고 또하나의 우울한 느낌을 금할수없다.
결국은천신이열올올리고,시약을마시는지경에까지이른그단설엔 하나의 불신풍조가 깔려있는것이다. 아버지의 말도,가장의 위엄도, 그리고 신의 존재까지도 수시로 확인하지 않을수없는 그심정엔 공허한 찬바람이 불고 있는것이다.만일 신앙이, 그리고 가족사이의 애정이,따스한것이었다면 이런비극은 없었을것이다. 실로 믿음과 사랑의 회복이 아쉬운 세태를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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