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물가상승의 방임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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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가동향이 날로 악화되고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9월중의 물가상승율은 소비자2·7%, 도매0·7%, 그리고 수입상품 1·1%라는 이례적인 고율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의 상승내용을 보면 가공식품 21·4%, 육란류17·9%등 일상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하는 가격 상승율이 엄청나게 높아 가계를 크게 압박하고있는 것이다.
물가가 이와같이 한달동안에 급격히 올라가는 예는 근년에 볼수없었던 것으로서 예년같으면 당국이 비상대책을 써서라도 눌렀을 것이나. 어찌된 영문인지 올해는 당국이 이를 방관하고 있는듯한 상태에 있다. 전가의 보도처럼 자주 사용하던 세무사찰이 발동되었다는 소식도 없고, 행정지도를 하겠다는 발표도 들리지 앉는다. 물가정책을 포기한것도 아니고, 또 포기할 성질의 것도 아닌데, 당국이 물가동향에 무관심한듯한 입장을 주는것은 혹시 작금의정치정세 때문에 정상적인 행정기능의 발휘가 등한시되고 있지않나하는 의구를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각종의 정책공약이나 선심행위가 추상적인데 반하여 물가상승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이란 점에서 물가상승을 방임하는것이 결코 오늘의 정치상황이나 경제상황으로 보아 소망스럽지 못하다는것도 분명하다.
경제는 비가역적인 운동과정이기 때문에 한번 움직인 사실을 원상회복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물가는 일단 오르면 하방경직성을 띠는 것이며, 그 위에 심리적 요인까지 가세하여 더욱 악순환된다. 솔직히 말하여 9월중에 화폐발행고가 2백억원이나 늘어났고, 수입상품가격이 1·1%씩이나 올랐다는것은 물가동향이 근본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물가정세의 악화는 필연적으로 국제수지압력과 환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그것은 금융·통화·물가등에 감당할 수 없는 충격요인을 줄것이라는 우려가 진작부터 제기되고 있었던 것임을 상기하지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우려는 작금의 물가동향으로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느낌조차있다. 이를 방임한다면 그런 과정이 촉진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오늘의 경제정세가 내포하고있는 일련의 문젯점은 경제정책상 수유의 공백도 허용하지않을만큼 팽팽한것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마치 행정공백상태를 노출시키고있는듯한 인상을 주는것은 이 나라 경제를위해 개탄해야할 상황이라 할것이다.
정치문제와 경제정책을 혼동 하지말고 경제행정에 공백이 있어서는 아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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