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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번 선거로 서독의 판세가 달라졌다. 표를 더 많이 얻고도 권좌에서 물러나는 수가 있다는 것이 묘하고, 쥐꼬리만한 의석수를 얻고도 나라의 판도를 좌우하게 된 자민당의 경우도 묘하다.
그러나 진짜 묘한 일은 「폰·타덴」이란 징그러운 인물이 이끄는 국가민주당이 쥐꼬리는커녕, 단 한 명의 선량도 낼 수 없었지만 세계의 이목을 끌게 했다는 것이다. 「폰·타멘」은 「낙치즘」이 되살아난 망령이었다. 다만 「히틀러」에게 90%의 지지표를 던진 적이 있는 독일인들도 이번에 그의 망령에는 체면유지를 위한 최소표인 5%조차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90%의 압도적 지지로부터 이번 선거에서 맛본 죽음의 「키스」사이에 3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약 5백만명의 애꿎은 유대인들이 학살당했다. 민족의 슬기가 햇볕을 보는데엔 으례 이토록 오랜 세월과, 무참한 희생제물이 필요한 것일까. 조용히 앉아서 역사책을 읽고, 평화 속에서 단김에 진리를 깨달을 수는 없는 것일까.
서독 선거의 교훈은 그렇고, 영국서는 요즘 「크리스틴·킬러」가 다시 나타나서 시끄러워졌다.
「킬러」는 6년 전 보수당 정부의 육군상 「프로푸모」라는 젊은 정객 하나를 망쳐 놓고, 나아가서는 64년 총선거에서 보수당에 패배를 안겨준 하수인으로 세평에 오른 유명한 창녀이다.
그 사건 이후 「프로푸모」는 세인의 이목과 완전히 담을 쌓고 「런던」빈민가에서 사회사업에 몰두해 왔다. 그런데 그 「킬러」가 『세계의 「뉴스」라는 대일요지에 회고록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푸모」가 딱하게 된 것은 물론 관용과 점잖음을 전통으로 하는 영국풍에 재를 뿌리는 해괴한 일이다.
다만 여기엔 또한 교훈이 있다. 도시 나라의 대신이 애송이 처녀와 놀아난 것이 잘못이었다하겠지만 「프로푸모」의 치명적 잘못은 그 사실이 드러났을 때, 국회의원들에게 거짓말D을 했다는 것-. 영국에는 정치인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해선 절대로 안된다는 묘한 전통이 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서』 「킬러」의 도색행각기를 실렸다는 것이 발행인의 변이다. 「프로푸모」는 딱하지만, 이치는 옳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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