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8)교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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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가대학을 졸업하면서 공무원과 교원의 두갈래 길에서 후자를 택한것도 10년전의 일이다. 자유당집권말기인 그때만해도 은사들이나 가까운 친지들은 그리 어색하게 여기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당연한 길이라고까지 생각해주었다. 은사의 추천서를 들고 교장실을 찾았더니 수십통의 이력서를 보이면서 이렇게 많은 전입희망자와 신규채용희망자가운데 대학을 갓나온 풋나기인 나만을 채용해주니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라는 것이다. 법과를나온 나는 교직과목을 이수하지않았으므로 준교사자격증을 받아 영어를 가르치다가 뒤에 전공과목을 가르쳤다.
천진난만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과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결코 보람없는 일이요, 다른 직업에비하여 잘못택한 길이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그러나 몇 년만에 교원을 그만둔 요즈음 세태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60평생 교육계에 몸바쳐온 노 교장선생이 여생을 걱정하며 정년퇴직이라는 석별의 정을 나누는 일이며, 해마다 교원을 마다하고 이직하는 일이며, 학생들이 저지른 일로 본의 아니게 교직을 물러서는 일들! 참으로 이제 한국의 교사직은 직만은 아닌 것 같다. 날로 늘어만 가는 현직교사의 이직과 대학입시 예비고사 제도하에서 교육대학지원자가 계속 정원에 미달하고, 이직으로 야기되는 교원부족현상이 과연 교원양성 특별과정 설치에의한 자격증의 문호개방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인가? 말할것도없이 이러한 미봉책에 앞서 보다더 근본적이요, 항구적이며 적극적인 교원의 신분보장과 생활보장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얼핏보아 교원의 물질적인 처우개선만을 강조하고있는 듯하나 이렇게 함으로써 국가백년대계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긍지와 보람으로 교원들의 정신적 사회적 지위도 향상될 수 있으리라.
이제 교사직을 떠나 실업계에 몸을 담은지 수년이되는 오늘까지 전직을 한번도 후회하지않고 살아가는 나는 성직에 머물러있을 자격이 없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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