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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법 및 시행령의 공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16일 국회에서 이송되어온 국민투표법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국민투표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이로써 국민투표를 행하기 위한 법적절차가 마련된 셈이다. 국민투표법의 제정과정에는 말썽도 많았는데 여야가 진지하게 토론하고 협상한 뒤에 단일안을 작성하지 못하고 국회에서 개당안과 함께 여당단독으로 통과된 것은 민주헌정의 정도를 위하여 섭섭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투표법은 그동안 여당안과 야당안이 팽팽히 맞섰으나 내무위와 법사위의 심의과정에서 상당한 타협을 보아 약간수정되었고 그 뒤 투표법안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7인소위를 구성하여 협의했으나 그 합의사항조차 반영되지 못한 채 통과되어 버렸다. 공화당안과 신민당안의 가장 두드러진 특색은 투표 운동의 규제조항이었는데 이 조항은 여당안이 거의 그대로 통과되고 말았다. 그 중 중요한 투표제한규정을 보면 소란행위를 금지하고 특정인비방을 금지하고 있으며, 신문·잡지 등의 불법 이용을 금지하고, 특수 단체를 이용한 운동을 금지하며, 선전 벽보·현수막 등의 게시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17일 국민투표가 실시될 때까지의 모든 「데모」행위는 집합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지 말고 국민 투표법 제43조를 적용하도록 지시하였는데 이로써 사실상 국민투표가 끝날 때까지는 모든 시위와 「데모」가 금지될 것이다. 그 벌칙도 엄하여 가두행진이나 연호행위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의 적용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검찰은 또 「리번」을 달거나 검은 「스커트」를 입는행위도 입건할 방침이라고 하는 바 이는 집회를 전제로 하고 있는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민투표에 관한 찬반 토론에 있어서는 찬성의사 표시는 허용되나 반대의사 표시는 제한될 가능성이 짙다. 국민투표 공보의 발행에는 찬반 이유를 다 싣기로 내무위에서 합의를 보았으나 법사위에서 찬성이유가 되는 헌법개정의 이유만을 담게하고 반대이유를 담지 못하게 하였고 이를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공평을 실할 우려가 있다. 또 국민투표에 관한 찬반방송을 원내 「각정파」에 균등하게 기회를 준것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시행령은 방송회수를 찬반별이 아닌 국회내교섭단체별로 각 5회씩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우회도 찬성발언을 할 것이 틀림없으므로 보성방송이 반대방송회수의 2배가 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국민투표에 대한 찬반을 원내에 대표되어 있는 정당에 한정한 경우는 수긍할 수 있으나, 국민에 하등의 기반이 없는 정당아닌 교섭단체에 찬반발표를 하도록 한 것은 정당의 기회균등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하겠다. 국민투표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별정직공무원은 국민투표운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시행령은 각부처의 장·차관, 기획조정실장 및 비서실장과 비서관까지 국민투표 운동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점 국무위원까지는 또 몰라도 행정각부의 차관, 처장, 실장까지 투표운동을 허용한 것은 행정의 공백을 가져올 우려가 있으며 직업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해쳐 부하공무원들까지 음양으로 운동을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극히 삼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 별정직공무원이 입후보하는 경우에는 사임해야만 할 수 있는 선거법의 정신을 살려 투표운동을 극력 회피해야 할 것이다. 박대통령도 별정직 공무원의 투표운동을 금지하는 뜻의 담화를 발표한 바 있기에 별정직공무원은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투표법이나 시행령에 상당한 맹점이 있지만, 대통령과 정부가 공정한 투표관리의 신념을 누차 피력하였기에 법의 운영과정에서 찬반의사의 자유로운 표시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운영의 묘를 발휘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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