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도 전략이다| 변화없는 월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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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런던·타임즈=본사독점전재】지난 8월29일 미해병2백50명이 월남을 철수함으로써「닉슨」대통령이 공약한 2만5천명의 1차 철군은 끝난 셈이다. 이들 중 1만5천명 정도는 실제전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정예부대원들이기 때문에 미군의 전력이 그만큼 감소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정예부대미군은 아직도 8만5천명이 월남에 남아있으며 철수한 미군의 자리는 월남군에 의해 대치되고 있다. 따라서 월남전의 작전이나 전술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공산군은「닉슨」의 월남방문에 대한 대답으로 박격포.「로키트」포 공격을 가해와 1주일사이에 l백90명의 미군전사자를 내게 했다.

<점차철군에 질색>
그러면「베트콩」이나 월맹군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미군이 철수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자꾸 공격을 가했을까? 미군이 완전철수 할 때까지 기다리면 될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하노이」 방송이나 기밀문서를 분석해 보면 그들의 의도를 알 수가 있다.
공산측은「워싱턴」의 작전대로 미군이 조금씩 철수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무조건, 완전철수』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미군이 한꺼번에 모두 철수한 다음에 올 혼란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베트콩」주력부대의 본부는 대도시에 가까운「정글」속이나 가급적 인구가 조밀한 지역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엔「메콩·델터」지역에 월맹군의 한 연대가 포진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철수 후 승리다짐>
한말로 말해서「베트콩」과 월맹의 목표는 여전히 변치 않았다. 즉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고 전쟁에 승리를 거두어 전리품으로「사이공」정부를 접수하려는 것이다.
「사이공」정부의 태도도 여전히 비타협적이다.「티우」대통령은 얼마 전 민족해방전선(NLF)의 월남선거참여를 허용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 문제에 관해 보좌관들과 많은 협의를 가졌다. 「프랑스」나「이탈리아」공산당과 같이 상원에의 진출을 허용하는 문제도 연구했다.
그러나 지난 28일「티우」는 연정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NLF와 권력을 나누어 가질 수는 없다고 성명, 공산측은 여전히「티우」의 얘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전략가인「키엠」장군을 수상에 앉힌 점은「티우」의 결의를 보여준다.
이런 상황 아래서 미국의 전쟁목표나 전략을 추측하기는 정말 힘들다.

<여전한 b-52활동>
B-52기는 여전히「게릴라」의「정글」기지를 강타하고 있으며 공산군의 남침로는 계속 미군의 폭격세례를 받아야만 한다.
시골에 있는「베트콩」을 박살내는 미국의「피닉스」계획은 계속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막대한 장비와 특히「정글」전에서 위력을 과시하는 M16소총이 계속 월남으로 보내지고 있다.
월맹군도 많은 장비를 지급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도시주변이외의 지역에서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는 징조는 전혀 없다. 각 지역에 흩어져서 월남의 행정에 많은 관계를 갖고 있는 미군들도 전혀 철수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양쪽은 아직도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 상태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어느 나라군대든지 그 자리를 이어 받아 전쟁을 하려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전장에서 미군을 내쫓으려는 게 공산측의 변함없는 소원이지만 그렇게 쉽게 결말이 나지는 않는다.
이렇듯 서로의 고집이 계속 된다면 월남전은 앞으로도 수년간의 치열한 혈전을 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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