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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동성과 특별인출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IMF(국제통화기금)는 9월의 연차총회에서 95억불의 SDR(특별인출권) -지금-를 3년으로 나누어 창출하기로 결의하게 될 것 같다. 이 창출 규모는 지난여름 선진 10개국이 합의한 것이며 이 합의가 미국으로서는『큰 외교적 성공』이었다고 신문들이 환영했다. 이것이 큰 성공임에는 아마 틀림없겠지만 그렇더라도 이러한 성공은 작을수록 더욱 좋은 것이다.
SDR에 관한 합의가 외교적으로는 어떠했든 세계 전체, 특히 미국으로 보면 정책적「미스테이크」이기 때문이다.
SDR가 처음 제안되었을 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수년간의 교섭기간 중에 환경이 달라졌다.
지금은 SDR가 이익보다는 폐해를 가져올 것으로 나는 믿고 있다. 최초의 SDR가 발효되기도 전에 이미 SDR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SDR는 발효될 것이다. 국제외교의 번잡한 절차는 그것이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방향전환이 안되기 때문이다.

<미의 정책적 오류>
기본적 변화는 68년3월의 금「풀」제 붕괴와 금 이중가격제 채용이다. 이 제도 밑에서는 금 가격수준이 민간시장에서만 자유로이 설정될 수 있고 중앙은행간의 거래에서는 1「온스」=35불로 고정된다. 더우기 관계국 중앙은행은 자유시장에서 금을 매매하지 않기로 합의하고있다. 이 합의 이전에는 금「풀」가맹 각국이 민간시장 에서도 금값을 1「온스」= 35불로 못 박아 왔다. 이들 각국은 그 값으로 방매되는 금을 얼마든지 사들일 용의가 있었고 순수한 민간수요가 신산금에 의한 공급을 넘어서면 언제라도 자국의 준비자산에서 미리 합의된 비율의 금을 공급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금은 거액 (전세계 추정 금 보유량의 약 절반)에 달했던 만큼 가맹국이 적극적으로 준비자산인 금을 「달러」나 기타 통화로 바꾸려고만 한다면 다년간 시장가격을 1「온스」=35불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맹국들은 적극적으로 바꾸기를 기피했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금「풀」제를 붕괴시킨 이유다)

<달러 대신해서 보존>
이로부터 새 준비자산을 창출하려는 생각이 나타났으며 이는 수 개국의 공동책임이 된다는 점이서 어떤 일국 통화보다도 더욱 소망스러운 것으로 인정되었다.
중앙은행은 기꺼이 이 새 자산을 금에 대신해서 쓸 것으로 기대되었고 그래서「페이퍼·골드」란 명칭까지 나온 것이다.
SDR에 걸려진 이렇듯 큰 기대는 언젠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각국 중앙은행이 금에 대신해서 SDR를 보유할 가능성은 얼마쯤 있었던 것인데 금 이중각격제 설정과 함께 이 가능성 마저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중앙은행이 금을 시장에 전혀 공급하지 않고 있으며 중앙은행간의 금 교환에만 응하고 있을 뿐이다.
더우기 이 교환 양도 실제로는 극히 미미하다. 마라서 중앙은행이 SDR를 보유한다 해도 그것은 금에 대신해서가 아니고 다른 준비자산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 경우의 다른 준비자산은 주로「달러」다. 누구나 언급하기를 꺼려하지만 현실적으로 세계는「달러」본위제이며 금 이중가격제는 이러한 정치적으로 불쾌한 사실을 숨기는 역할을 하고있는데 불과하다.

<굴신 환율제 채택을>
따라서 SDR는 중앙은행이『「달러」에 대신해서』이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행 국제통화 체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통화조정을 늦츨 수 있는 보다 큰 능력(SDR나 그밖의 준비자산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기껏해야 이런 정도다)이 아니고 조정을 위한 보다 나은「메커니즘」이다. 지금의 조건 밑에서는 이「메커니즘」으로 환율에 보다 큰 신축성을 부여하는 방법밖에 생각 될 수가 없다.
이러한 신축성이 주어지면 이 이상의 추가준비는 불필요해지고 반대로 신축성 없이 SDR를 창출하면 통화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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