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성지구 일부재선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월25일 대법원이 벌교읍에 한한 일부 선거무효판결을 내린 전남 보성지구의 일부재선거는 8월14일의 투표일을 앞두고 열띤 선거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선거에 있어서 공화당은 6·8선거의 부정을 이유로 제명했던 양씨를 복당시켜 입후보케 했고, 신민당 역시 6·8선거때 공천을 주었던 이씨를 입후보케 했다. 따라서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보성지구의 일부재선은 2년전의 6·8선거 당시와 흡사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6·8선거 당시의 국내정치정세와 오늘의 그것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을뿐더러, 그동안 양씨의 정치적운명의 변동이 매우 복잡했던 탓으로 비록 일부재선이라 하지만, 기실 전혀 새로운 선거를 치르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공화당이 양씨를 복당, 입후보케한 것은 일부재선이기 때문에 6·8선거 때 공인입후보로 나갔던 사람을 재 공천하지 않는다면 재선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만부득이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한다. 공화당의 이와 같은 고충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공화당이 6·8선거부정의 「모델·케이스」로서 동당에서 단호히 축출했고, 또 선거부정혐의로 한동안 철창신세까지 졌던 사람을 다시 받아들여 공천후보로 내세웠다고 하는 것은 정치이전의 문제로서 도의상 어떠한 비난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적어도 공화당이 천하 공당으로 자처하고, 백일하에 자기의 전모를 드러내놓고서도 하등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정당이 되기를 자기한다면, 의석 하나쯤은 희생하더라도 도덕적인 면으로 보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치행위를 취하도록 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재선에 있어서 양당간의 주요 계쟁점은 개헌문제와 6·8선거 부정문제로 압축돼 있다고 전한다. 박대통령의 7·25담화를 계기로 3선 개헌문제는 완전히 양성화하였고, 개헌의 발의와 처리를 앞두고 여야가 격돌을 벌일 기세를 보이고있는 시기이므로 개헌문제가 정책논쟁의 주 쟁점으로 등장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또 당연한 일이라 볼 수 있다.
문제의 개헌에 관해서는 여당은 찬성의 입장에서, 또 야당은 반대의 입장에서 제각기 대의명분을 찾기에 급급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어느 쪽도 누구 나가 납득할 수 있는 체계화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보성의 일부재선은 여야가 개헌에 관해 공방전을 펴는 가운데 위에서 말한 개헌론쟁의 불명확성을 제거, 제각기의 입장에서 논리 정연한 명분론을 마련하여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는 수련과정이 되어야할 것이다.
6·8선거 부정문제를 재연시킨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보아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보성지구야말로 6·8선거 부정의 「모델·케이스」로서 처음부터 말썽이 터져 나왔던 곳이고, 또 바로 그 때문에, 지금 일부재선을 실시하고 있으니 만큼 6·8선거 부정논쟁은 충분히 현실성을 띠고있는 것이다.
이 부정논쟁은 입후보자를 낸 정당- 그 중에서도 특히 선거부정의 협의를 받고 있는 집권당이 공명정대하게 선거전을 전개하고, 선거를 관리하는 정부당국이 법규를 엄격히 준수해나감으로써만 실천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선거부정 논쟁을 중요「이슈」의 하나로 삼고있는 선거가, 또 다시 썩고 더러운 선거가 되지 않도록 이번에는 정부도, 입후보자도, 유권자도 대오일번 하는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복더위에 2년 전의 후보자와 꼭 같은 후보자를 조상에 놓고 선거를 치르게되는 벌교읍 유권자들은 일종의 정치적 고역을 겪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부정을 시정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주권자로서의 의무요, 권리임을 자각하고 이 선거에 적극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