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7) 수업료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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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에서 70%까지의 중·고교 수업료 대폭인상. 별로 큰 일 같지 않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나 아이들이 여럿인 가정은 여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월급장이로서 그달 그달의 지출을 겨우 메워나가는 가정으로서는 다른 수입원을 찾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학업을 중단시키는 방법이외는 별 도리가 없다.
수업료가 인상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아이들은 수심에 가득 찬 나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쁜 표정. 그러지 않아도 수업료 납입고지서를 학교에서 받아오면 보여줄까 말까하는 망설임으로 며칠동안 신경을 써 오는 아이들이다.
학업에만 전심하여 천진스럽고 드높은 포부에 차야할 어린 동심에 학교납입금으로 검은 구름이 끼게 한다는 것은 부모로서의 도리가 아닐뿐더러 이 심정을 아는 부모의 마음 더욱 쓰라리고 아프다.
중학교에 다니는 둘째 놈이 벌써 여러 달 전부터 식구들 모르게 조간신문 배달을 하고있다.
처음엔 새벽 산보를 가나 보다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사흘이 멀다고 각종 납입금을 가져가던 애가 한동안 뜸해진 것을 알고서야 신문배달로 학교 잡부금을 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의 심정은 이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느껴볼 수 없는 비참한 것이었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다만 자신만을 원망 할 따름이다. 그러나 한 가닥 야속함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수업료 인상으로 교원의 봉급이 현실화되고 학생들에게 눈치를 살피며 잡부금을 거두는 비정상적인 사도가 바로 고쳐진다면 우리네 가정의 사연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엔 기성회비와 수업료가 해마다 인상되었다. 그때마다 당국이 부르짖은 것은 교원 처우개선이고 학원의 명랑화였으며 이에 따른 수익자 부담이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인상「붐」-.
인상하지 않으면 안되는 우리나라의 교육재정이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이러한 해마다의 인상이 공공요금인상과 더불어 모든 물가의 오름세를 부채질하고 저소득층의 국민생활을 더욱 쪼들리게 한다고 생각할 때 학부형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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