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교육과 한글사용의 혼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각급학교 교과서에서 학술용어의 한자병비마저를금지함으로써 사실상 한자교육의 전폐를 시도하고있는 당국시책에 대하여 국내식자층을 망라한 조직적 반대운동이 처음으로 공식화하였다.
정부의 성급한 한글전용시책에 반기를든 국내의 학계언론계 법조계용 2백여인사들은 31일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의 창립총회를갖고 ⓛ현재 추진승인 교과서에서의 한자폐지작업을 즉시 중단할것과②한글전용문제에 대한 의사표시의 자유를 보장할 것③한글전용의 가능성및 그 가부를 연구·실험을 통해 충분히 토론해줄 것등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채택, 이를 요로에 보냈다고 알려졌다.
본난이 누차 지적한바와 같이 정부는 한글사용과 한자교약을 동일한 성질의 것으로 혼동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의 공문서나 간행물또는 민원서류의 작성에 있어 한글전용을 여행하고, 그밖의 모든 문서와 표기에 있어 단계적으로 한자사용을 줄여나감으로써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완전한 한글사용이 가능해질수있게 한다는데는 이론이없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는 정부가할수있고 또 마땅히해야할 역할에는 스스로 한계가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먼저 순한글로 된 학술용어·과학기술용어등의 제정을 확정지을 상설연구기구를 설치해야 할것이며,널리 전문적인 학자 또는 연구기관으로부터 보다 과학적이고보다 실효성이있는 한글사용의 단계적 실천방안을 공개토의시킴으로써 강요가 아닌 순리의 과정을 거쳐 한글정용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할수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속한 한글전용이 제아무리 바람직한 목표라할지라도 우리의 각급학교교육에서 한자교육을 전폐하려는 처사는 거의 「난센스」에 가깝다.
싫든 좋든 우리의 어문과 문화가 엄연히 한자문화권에서 형성된 것이 사실이라 할진대, 장차 문화의 올바른 계승과 그 비약적인발전을 위해 부가결한 요청은 우리의 문화가 유내한 모체인 한자문화권과 한자문화의전통에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1천3백자정도의 한자교육을 초등교육과정에서부터 과한다하여 그것이 아동의 학습능율에 하등 지장을 주지 않음은 물론, 그로써 도리어 문장해독력과 표현력등 아동의 고급학습능력에 현격한 「플러스」를 준다는것이 여러 학자의 연구에의해 거증되고 있는 마당에있어, 사리를 외면한 외곤집을 탄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는 한글사용과 한자교육을 혼동시하는 정책의 혼란을 다시한번 지적함으로써 교과서에서 성급하게 한자를 몰아내려는 시도의 일대반성을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