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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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늘부터 8월.
이제 장마만 걷히면 백사위에 작열하는 ,포도위에 반사되는 뙤약볕이 눈에 부시는 여름의한복판에 이르게 된다.
여름은 대지의 힘과 영광을 상징하는 계절. 그것은 겨우내 방안에서 키워가던 꿈의 완결점, 그것은 4월의 희망과 5월의 약속이 열매를 맺는 계절이다.
8월의 뜨거운 태양은 대지를 풍요하게 부풀어 놓고, 끝없는 정열과, 꿈과, 그리고 욕망으로사람들의 나신을 채워놓는다.
8월은 젊은이의 달.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젊음을 안고 모두들 넘쳐 흐르는 힘을 파도에 던져가며 젊음의 기쁨을 만끽하여도 좋다.
거추장스러운 도시의 때묻은 의상을 벗어던지고 체내의 온갖 더러움을 백열의 태양아래 불살라 버려도 좋다.
그리하여 바다를 삶의 빨래터로 삼고, 산을 새로운 삶의 힘을 위한 보금자리로 만들어가며 여름을 마음껏 즐겨도 좋다.
8월은 원색의 계절. 때묻지않은 원시적인 것에 대한 영원한 향수를 느끼게하는 계절이다. 대지를 한껏 불태우다 지평선너머로 기울어져 가는 여름의 태양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뭣인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려가며 있다는 애틋한 정념에 사로 잡히게 되는 계절이다.
그런 잃어버린것들, 잃어버려가며있는 것들을위해서 사람들은 「바캉스」를 찾는다.
「바캉스」란 분명 소박한 인간성에 대한 압박으로부터의 도피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바캉스·무드」속에서도 인간을 소외시키는 힘들이 여전히 작용하는 것이다. 그뿐아니라 도피가 살기위한 수단으로부터 목적으로 어느사이엔가 전도되어가며 있는 우리네 풍토같기도 하다.
우리의 머리위에 내리쬐는 태양은 권태와 무료로 우리를 마비시켜 놓고만있는것은 혹은또 아닐까.
그리하여 어느 사이엔가우리는아무일도하지 않았기에 아무 과오도 저지른게 없다는, 그저 아무과오도 저지르지 않았다는것만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어 놓고 있는것은 아닐까.
이제 장마만 걷히면 8월의 태양이 또다시 대지를 불태워 놓는다. 그것은 우리에대한 매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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