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의 숨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사람의 능률은 24시간을 통해서 항상 고른게 아니다. 밤중이 되어야 비로소 글이 써지는 사람이 있고, 새벽에 일어나서 글쓰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것은 물론 개개인의 버릇탓이겠지만 대체로 사람들의 능률지수는 점심때까지 상승하고, 하오에는 완만하게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그뿐 아니라 사람의 주의력은 3분 이상을 집중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5분씩이나 집중적으로 사삭에 잠길 수 있으면 천재가 된다는 말까지 있다.
육체적 노동에 있어서도 1시간씩이나 쉴 사이 없이 일하면 오래 견디어 나가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어느 직장에서나 「코피·브레이크」가 사이사이에 적당하게 마련되어 근로자들이 숨을 돌릴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능률은 기온과도 관계되어 있다.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때에는 능률은 급격하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노동청은 지난 5일 1년간 개근한 근로자에게 8일 동안의 여름 휴가를 주도록 각 사업장에게 지시했다. 여름휴가도 없이 일을 시키는 곳이 있었나 새삼 놀라게 된다. 그 만큼 휴가제는 선진국에서는 노사간의 절대적인 권리, 의무로 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서독 같은 나라에서는 연중무휴로 일한다는 것은 스스로 노동법을 어긴 일조의 죄악이며 근로자로서의 체통(?)을 어긴 놈이라고 동료들의 빈축을 사게 마련이다.
19세기초에 영국에서 8시간 노동제운동이 일어나자 그것은 노동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반대한 자본주들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급휴가에 대한 고용주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유럽」에서는 일반상점까지도 오후 6시 전후에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모두 휴업한다. 또 3년 근속자에게는 4주간이상의 년휴가 있다. 따라서 외국여행이든 해수욕이든 마음놓고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아마 이런게 정말로 「바캉스·무드」인지도 모른다.
육월이라 계하되니 소서대서절기로다. 대우도 시행하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목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평지에 물이 괴니 악마구리 소리 난다….
오늘은 소서, 농가월령가에서는 이렇게 6월을 노래했다. 이렇게 비지땀으로 여러 시름을 씻어가며 일해가야하는 농부들에 비기면 그래도 다만 며칠만이라도 휴가를 갖게되는 도시의 근로자들은 다행한 노릇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는 「바캉스·무드」를 얘기할 계제는 못되는게 아닐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