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젊은 명장 "기술에 인생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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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 무역전시센터에서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한 원현우(21) 선수가 철골구조물 직종 과제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산업인력공단]

3년 전인 2010년 제45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당시 18세의 인천기계공고 학생이던 원현우군은 판금 직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2011년 런던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평가전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그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원군은 판금보다 더 두꺼운 철판을 다루는 철골구조물 직종으로 체급을 올렸다. 얇은 철판을 다루는 것보다 더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야 해 체급 변경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원군은 ‘더 큰 실패를 하기 위해 도전한다’는 심정으로 독하게 달려들었다. 2년 간 사내 전문훈련시설에서 휴일도 거르지 않고 매일 14시간씩 훈련에 매달렸다.

 지난달 29일 그는 결국 독일 라이프치히행 비행기에 올랐다. 국제기능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일원으로서다. 7일 독일 라이프치히 무역전시센터에서 막을 내린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그는 철골구조물 직종 금메달과 함께 대회 최고점(100점 만점에 98.94점)을 받아 MVP인 ‘알버트 비달상’을 받았다. 원씨는 “기술로 승부하는 시대가 온 만큼 소비자가 원하는 더 좋은 기술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산업현장에는 젊은 기술인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며 기능인력에 대한 인식전환을 부탁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46개 직종 중 37개 직종에 참여해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중앙일보 5월 28일자 b2면> 18번째(27회 참가) 우승이자 4연패다. 금메달 1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6개를 따내 스위스(금 9, 은 3, 동 5)를 제쳤다. 이번 대회에는 53개국 1027명이 출전했다. 한국은 출전선수 전원(41명)이 우수상 이상을 받았다. 기능올림픽은 만 22세 이하여야 하고 평생 한 번만 출전할 수 있다.

 이번에 출전한 선수들은 11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삼성전자·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대부분 고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취업했다. 송영중 기능올림픽 선수단장(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직업교육은 머리로 알고 있으면 자격을 주는 형태지만, 기업은 실제 제품을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능인을 양성하는 것은 기업을 튼튼하게 하고, 국가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회 입상자에게는 금메달 6720만원, 은메달 3360만원, 동메달 2240만원의 상금과 훈장이 수여된다. 또 국가기술자격 산업기사시험이 면제되고,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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