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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선 기술 70% 확보…발사체 늦으면 탐사도 지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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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궤도로 향할 탐사선(오른쪽), 4단에 내장됐던 로켓(왼쪽)은 추력을 준 뒤 떨어져 나간다. 

‘2020 달 탐사’의 진짜 여정은 지구 300㎞ 상공에서 시작된다. 발사체의 도움으로 올라간 중량 2.9t의 4단은 내장 로켓을 1~2분간 점화해 초당 50만㎏을 미는 추력을 만든다. 로켓은 나로호 2단에 사용된 고체 모터를 개조한 것으로 힘을 다한 뒤 분리된다. 그러면 550㎏인 탐사선만 남는다. 중력과 작용한 추력에 의해 탐사선은 타원 궤도를 그리며 우주 공간 38만㎞를 4~5일간 가로질러 달에 도착한다. 호만 트랜스퍼라는 이 방식으로 1960~70년대 미국의 아폴로 탐사선들이 달에 갔다.

탐사선은 달 궤도에 도착하면 달을 선회하며 탐사를 시작한다. 필요하면 달에 착륙해 로봇 차로 달 표면을 조사·분석하고 그 정보를 지구로 전송한다. 탐사선 개발은 발사체보다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적다. 나로호 위성 발사 과정에서 경험이 축적됐기 때문이다.
부족한 기술은 주로 미국과 협력해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주광혁 달탐사기반연구팀장은 “궤도선(탐사선) 개발에 필요한 기술의 경우 60~70%는 갖고 있다”며 “그러나 항법유도제어, 탐사선에 중·대용량 추력을 주는 기술은 없고 달 과학을 제대로 해본 사람도 없다. 과학 탑재체도 숙제다. 그래서 정부는 기초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제협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궤도선의 추력과 관련된 기술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궤도에 오른 다목적 위성의 추력은 10뉴턴(N) 이하였다. 1㎏을 들어올리는 힘이다. 위성은 궤도에서 자세 교정에 필요한 동력만 있으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탐사선은 궤도까지의 여정, 궤도에서의 작동을 위해 200N이 필요하다. 착륙선엔 추가로 1000N이 더 필요하다. 지금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러시아뿐이어서 거의 새로 출발해야 한다. 항우연은 지난 3년간 관련 실험을 했고 2020년까지는 가능하다고 본다. 달 착륙선의 귀환은 2025년께로 계획한다. 주 팀장은 “달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이고 공기도 없어 탈출 속도가 지구의 초속 11㎞보다 느린 초속 2.4㎞이다. 이 때문에 귀환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 탐사의 주체인 로봇 개발도 한국은 세계 3위의 로봇 기술국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주 팀장은 그러나 “달의 밤은 섭씨 영하 180도, 낮은 영상 130~150도로 최소 300도의 일교차가 발생하고 그런 낮과 밤이 각각 14일씩 계속돼 극한을 견딜 소재와 부품을 한국에서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심(深)우주 통신도 과제다. 탐사선이 달 뒤에 가리면 지구와 통신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심우주 통신용 안테나를 한 개 제작한다. 그러나 이는 하루 중 8시간만 커버하므로 나머지 16시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BL)의 협조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을 협의 중이다. 항우연은 2017년까지는 외국 협조로 달 탐사 예비 작업을 끝내고 2020년엔 한국 발사체에 실린 달 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한국형 발사체가 개발되지 않고 ‘달탐사 진도’만 잘 나갈 경우다. 그러면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한 달탐사의 컨셉트에는 어긋나게 된다. 주 팀장은 “발사체가 안 되면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2020년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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