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그녀 男들이 떤다… 女帝 소렌스탐 5월 PGA 노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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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골프계의 세계 제1인자인 아니카 소렌스탐은 과연 남자 무대에서 어느 정도 통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다'가 답이다.

타이거 우즈.필 미켈슨도 몹시 궁금하다고 말하고 소렌스탐 본인도 그걸 알고 싶어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출전을 결심했다고 하니까-. 어쨌든 소렌스탐으로서는 여러모로 궁리한 끝에 승산이 희박하지는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남자무대 도전을 선언했을 것이다.

미국의 골프 전문가들은 소렌스탐이 출전할 콜로니얼 골프대회의 코스는 그가 플레이하기에 딱 맞는 코스라고 평가한다. 우선 이 코스(파70.6천4백43m)에는 장타자들이 좋아하는 파5홀이 두개뿐이다. 더구나 그 중 하나인 11번홀(5백54m)은 투온을 하기에 상당히 버겁다.


이 코스에는 또 유난히 '도그 레그 홀'(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홀)이 많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 대신 스푼이나 아이언을 잡는다. 그린 앞쪽에 이렇다 할 장애물도 없어 샷 거리가 짧은 선수들은 어프로치샷으로 공을 굴려 핀을 공략할 수 있다.

페어웨이도 버뮤다 잔디로 돼있다. 버뮤다 잔디는 미국 골프장의 주류를 이루는 벤트보다 런이 훨씬 더 많다. 또 5월에는 비가 적어 러프도 여름철에 비해 억세지 않다.

최근 PGA 투어 대회 우승자의 스코어는 엄청나다. 웬만하면 20언더파를 넘는다. 1, 2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치고도 탈락할 때가 있다. 그러나 콜로니얼 대회의 최저타 우승기록은 1993년 풀턴 애럼이 세운 16언더파 2백64타다. 노장 닉 프라이스가 지난해 13언더파 2백67타로 우승한 것을 봐도 힘 좋은 선수들이 그다지 유리하지 않아 보인다. 컷오프도 3오버파 1백43타였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남자골퍼들에 비해 힘은 떨어지지만 샷의 정확성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소렌스탐으로서는 별로 불리할 게 없다는 얘기가 된다.

명예의 전당 멤버이며 30년 전 더그 샌더스와 남녀 성대결을 했던 캐럴 맨은 "소렌스탐의 진짜 적수는 바로 자신"이라고 말했다. 맨은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소렌스탐은 3년 전 타이거 우즈와 한조가 돼 벌인 데이비드 듀발-카리 웹과의 혼성대결에서 어이없는 샷을 자주 날렸고 퍼팅도 그린을 벗어나는 등 평소와는 달리 부진한 플레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당시 이를 놓고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지 못해 빚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소렌스탐으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들에게 '여자 대표'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게 되면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소렌스탐의 이번 도전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전체로서도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렌스탐이 맹활약한다면 LPGA 투어의 위상과 인기가 올라가고 박세리.카리 웹 등 제2, 제3의 PGA 도전자들이 나타나 LPGA 투어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반면,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는다면 여자대회 전체가 PGA에 비해 수준이 까마득히 처지는 '2류 대회' 취급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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