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백두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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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치솟는 고층건물은 문명의 척도요 발전의 「심벌」이다. 더 높고 싱싱한 마천루를 많이 짓자! 그런데 무거운 하중으로 으스러질것같은 아랫도리 기둥이 불안하다. 무작정 벽돌이나 「블록」을 쌓아 올리기만 해선 안 된다. 나는 높은 건물을 볼때마다 백두산을 생각한다. 우거진 주위의 삼림을 지나 더 올라가면 평평한 백두산기슭은 수억조t의 부석모래로 덮여 있다. 무연한 부석모래 평야 한가운데에 나지막한 백두산 정상봉이 보이고 그 속에 「칼데라」호의 푸른 물이 괴어있다. 산록에서 흐르기 시작한 압록강 물엔 물거품처럼 둥실 떠 내리는 부석이 많다. 부석은 솜사탕처럼 허풍선이어서 돌이면서도 물에 뜬다. 이런 부석 모래는 훌륭한 경량골재다. 부석모래를 섞어 만든 벽돌이나 「블록」은 가벼워서 고층건물 건축재로 알맞다. 우리는 곧 더높은 건물을 많이 지어야 하니 부석모래의 보고인 백두산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종로의 땅은 몇평및 흡까지를 따지는 금싸라기 땅이다. 내 땅하면 서슬이 시퍼렇게 된다. 돌조각 섬인 독도가 얼마나 끈질긴 한일간의 분쟁의 불씨가 되었는가. 소련과 중공이 흑룡강의 작은 하중도 하나를 가지고 싸우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광막한 만주 벌판을 빼앗겼으니 얼마나 원통한가? 이것을 도로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중인데 백두산을 또 달라고 하니 천만의 말씀이다.
친구인 K교수는 해방직후 학생들을 데리고 백두산에 올랐다. 인적도없는 두만강 상류에 꽂혀있던 국경표지 말뚝이 한국땅 쪽에 내던져져 있었다. K교수는 불끈 화가 나서 5∼6명이 겨우 들수 있는 돌기둥 푯말을 전원이 목도로 운반하여 중국땅 깊숙이 가져다 세웠다. 얼마후 다른「팀」이 백두산에 오르다 보니 푯말은 다시 한국측에 던져져 있었다고 한다. 한사람 한사람이 내땅 내 국토를 이토록 아낀다.
우리나라는 『백두산 벋어내려 반도 삼천리』이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뿌리이다. 우리가 내일 다시 돌아가야할 곳이다. 부석의 보고, 울창한 삼림, 천사가 목욕하는 천지, 그대들은 성봉을 잘 지키다가 한국이 요구하는 날 깨끗이 돌려주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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