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01)건강한 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있을 때는 고마운줄 모르다가 막상 없어지면 답답한 것은 첫째로 공기, 둘째로 돈, 셋째로 마누라, 넷째로 건강….
이중에서 돈이나 마누라는 없어졌다가도 또 생기기도 하지만 건강만은 그렇지 못하다.
그것도 신체의 어디가 아픈 병이라면 일찍 발견도 되지만 신체는 멀쩡하게 건강한데 정신이 건강하지 못해서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환자는 보기가 딱할 경우가 많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여 타인의 보호를 받아야 살 수 있는 사람의 수효는 대개 일정한 것인데 독일의「쇼일트」씨의 통계를 보면 정신병·간질·심한 성격 이상자·정신박약자의 수는 전체 인구의 6.26%에 해당하며 이밖에 정신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자질부전(자질부전)하여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전인구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1백명중에서 정신적으로 건전한 사람은 87%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건강이란 단지 신체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게 아니라 신체나 정신이다 함께 건전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직업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에 명기되어 있듯이 단지 병이 없다고 건강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직업을 수행할 수 있는 근본 마음가짐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학생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하며 회사원이라면 아침에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맡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마지못해서 억지로 일하는 사람은 건강한 직업인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수 있는 비결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마음 깊이 도사리고 있는 불안의식의 제거가 바로 그 비결인 것이다.
불안의식을 배가해주는 것은 고독감이니 만큼 될 수 있는 대로 혼자 방구석에서 공상하는 시간을 없애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거나 또는 가까운 산에 올라간다거나 또는 어떤 종류의 창작에 골몰하는 것이 우리를 불행에서 구해줄 것이다.
최신해<청량리 뇌병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