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의 일반화 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의 물자구매 및 공사가 거의 수의계약에 의해 집행되었다는 논란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68년 중의 공사 및 물자구매실적은 1천1백25억원에 이르고 있는데, 그중 75%이상인 8백51억원이 수의계약으로 집행되었다는 것이다. 관계당국의 해명에 따르면 ①공사규모의 대형화와 특수시설공사 등의 증가로 실력있는 업체의 시공이 필요하고 ②대규모 장기 공사의 경우에도 정부의 재정형편상 예산에 일괄 계상되지 않아 재력있는 업자에 맡기지 않을 수 없으며 ③특허품·KS표시품·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단체계약 등이 많아져 수의계약이 많아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당국의 해명에는 물론 일리가 없지 않지만 수의계약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비난이 결코 어제오늘에 일어난 것이 아님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해마다 물자구매와 공사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예외없이 해마다 수의계약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무엇인가 재정 집행 면에서 석연치 않은 면이 도사리고 있음을 시준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예산회계법에 따른다면 수의계약이나 지명계약은 예외에 한하여 인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자의 정부계약은 오히려 수의계약이 일반적이고 공개 경쟁입찰은 도외가 되어 가는 한심한 경향을 띠고 있는 것이며 때문에 정부계약의 정화가 시급히 요청된다 할 것이다.
예산회계법에서 공개입찰 방식을 원칙으로 하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한 것이다. 업자와의 결탁·부패행위를 배제함으로써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최소의 비용으로 소기한 물자를 구매하고 공사를 하자는데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명한 원칙을 무시하고 정부 발주분의 75%이상이 소수 대기업의 독점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바꾸어 말하면, 특혜행위일 것이고 부패적 거래가 개재될 수 있으며,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수의계약을 주종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는 해명은 사실상 구실에 불과한 것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첫째, 대공사·특수공사가 많아 실력있는 업자에 맡긴다 하지만 공사는 언제나 하청되어 가는 것이므로 대기업이 계약 당사자라 하더라도 그들 전부가 직접 공사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특수공사, 대공사라고 하여 수의계약을 한다는 구실이 제대로 납득될 만한 것은 아니다.
둘째, 재정형편상 실력있는 기업이 맡아야 한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 할 것이다. 실력있는 기업이든 아니든, 자기자금만으로 공사하는 기업은 없다. 정부공사를 맡아서 착공하고 나면, 미확정 채권이 계속 발생하게 되는 것이며 이를 담보로 융자를 받아가는 것이 관례다. 또 오히려 정부가 융자를 알선 또는 강제하고 있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어느 경우이건 재정지출이 연기될 뿐 기업자금이 주입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재정형편상 수의계약을 대종으로 해야 한다는 구실도 실질적인 해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수의계약이 일반화하고 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특혜행위이고 부패가 개재될 수 있어 예산을 낭비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계약의 정화를 위한 획기적인 수술을 서두르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