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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경 이색전시-국내 최다 수집가 이배근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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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동의 쇠만을 곱게 갈아 거울로 썼던 수백년전이 동경전시회가 3일부터 1주일간 신세계백화점 화랑에서 열린다. 출품은 풍문여자중학교 이배근 교장(52). 그가 수장하고 있는 2백여점으로 거의 전부 이번 공개하는 것이다.
이씨는 전시하는 동경을 막연히 고려시대의 것이라고 범칭한다. 하나하나의 물건을 시대구분하고 또 우리나라 것인지 중국의 것인지에 대해 아직 만별이 안된 탓이라고 한다. 우선 지금은 모으는 단계요, 이번 공개를 통하여 공부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어쨌든 그의 소장점수는 국립박물관의 그것과 맞먹는 숫자. 동경에 관한한 국내에선 거의 유일하고 최대의 개인 수장가이다.
동경은 1점에 몇천원에서 2, 3만원의 시상. 그가 이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래 월급은 항시 빈 봉투였다는 토로이다. 안국동 골목의 그의 집은 처마가 나직한 한옥으로 그가 얼마나 한가지 일에만 골똘하고 있는지 한 눈으로 설명해 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동경은 약 2천년의 역사를 헤아린다. 근년대전과 철산에서 선으로 기하학적 무늬를 그린 다뉴세문경이 발견되었거니와 또 경주와 맹산 출토품도 있다. 낙랑의 옛터에선 중국 한경도 더러 나왔다.
이씨의 소장 동경에는 이런 오랜 것은 없고 대개 중국 송·원경과 우리나라 고려경 및 이조 때의 것을 포함하고 있다.
모양은 둥근 것이 상례이지만 꽃모양·능형·연잎형, 혹은 방형과 운판형·종형 및 자루가 있는 것 등 다양하다.
쇠가 귀한 시대이므로 동경이란 상류계급의 유물에 속한다. 그래서 한면은 갈아 거울로 삼되 배면엔 여러 가지 조각을 해 화사하다. 전통적인 영수 신선 등을 그리고 혹은 수렵 주악 고사에 의한 것등 풍속도를 넣기도 했다. 당초 무늬·보상화무늬를 두른 예가 있는가 하면 「오자등과」등 좋은 글귀를 새기기도 했다.
거울은 물론 화장도구이기 때문에 거개가 부장품으로 출토돼 전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요, 때로는 종교적 의식도구로 쓰인 것 같고 또 불국사 석가탑에선 사리 장엄구로 넣어 둔 당경이 발견된바 있다.
고동경은 물건이 작아 외국인 여행객에 묻혀 나가는 일이 많다. 이 교장은 이번 전시회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새롭게 해주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더 없는 성과라고 거듭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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