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규제와 정치풍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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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계의 치열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독과점규제법을 기어이 제정하기로 한것같다. 27일 경제각의는 경제기획원이 성안한 독과점규제법을 일부 수정하여 이를 4월초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한다.
경제각의에서 수정한 주요 내용은 ⓛ수입업자를 대상에서 제외하고 ②공기업을 포함시켰으며 ③1차도매자를 매매자로 확대시키고 ④경제적 지위운운의 조항을 대상에서 삭제한것등이라 한다.
독과점규제법은 그 제1조에서『독점 또는 경쟁제한행위로 인한 부당한 가격 및 거래조건을 배제함으로써 일반소비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국민경제의 건전하고 안전한 장기적인 발전과 국민생활의 실질적인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과연 오늘의 상황에서 이법이 목적하는 이상을 충족시킬수 있겠는가는 별개의 문제라 하겠지만, 정부는 본의아니게 이 법을 제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것만은 사실이라 하겠다.
폭리조작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누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 대해서 한번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때문에 국민의 원성이 높았던 것은 숨길수 없는 현실이라 하겠다. 그러나 사정의 내막은 법이 없거나 정부가 규제할 수단이 없어 독과점폭리행위를 방관했던것만은 아니며, 대체로 정치풍토적인 요소가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 솔직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법을 제정한다고 결정한 것은, 바꾸어 말하면 정부는 성의를 다한것처럼 만들고 국회로 하여금 나머지 문제에 책임을 지도록하려는 계략이 숨어있지 않은가 생각되지 않는바도 아니라할것이다.
우선 자본제경제에서 정치권력과 경제력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법이 국회에 제출되는경우, 규제대상이될 독과점사업체의 대부분은 집권층 또는 그 주변기업일것이므로 국회심의과정에서 사적이익을 옹호하기위한 수정이 필연적으로 가해질것이 예상되는 것임을 주목해야할 것이다. 이미 공화당은 대정부협의과정에서 국민생활과 직결되지 않는 품목을 대상에서 제거하도록 주장한바있는데, 이는 그러한 탈출구를 예상한것임이 분명한 것이라할 것이다.
둘째, 탈출구가 국회심의과정에서 마련되는 경우, 독과점규제법은 차별규제법이 되지않을 수 없으며, 결국 집권층에 밀착하는 정도에 따라서 규제될수도 있고 그렇지않을수도 있게 될것이다. 따라서 이법은 결과적으로 정경의 밀착도를 가속화할것이며, 결국 정치적부패 부정을 격화시킬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할 것이다.
세째, 집권층이 진실로 이법의 이상을 추구하려 한다면 사리의 당연한 귀결로, 자체의 부패 부정을 정화시켜려할 것이다. 자체의 부패 부정을 정화시키지 않는한 이법은 악법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짙기때문이다.
끝으로 수입업자의 폭리조작을 허용하는 이유도 성립될수없다. 아무리 수출적자를 수입폭리에서「커버」한다는 구실이 있다하더라도 수입의존도가 30%를 상형하는 현실에서 수입폭리를 규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당하다. 오늘날 수출이란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수입폭리는 결코 건전한 방식이 아니기때문이다.
기왕 독과점규제법을 만들려한다면『시장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기업』은 모두가 독과과점규제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며, 차별규제의 여지를 배제할 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 집권층의 자체정화가 있어야 한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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