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중학 폐쇄와 추첨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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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추첨에 의한 중학 무시험진학제가 처음 실시된 이후, 최초의 학년초가 시작 한지 어언 2주일이 경과하였다. 추첨에 참가했던 서울시내 올해 국민학교 졸업생 9만4백26명중 3월3일의 개학 일 까지 각기 배정된 학교에의 등록을 마친 아동수는 9만1백56명으로 집계됐다 한다. 이 숫자는 먼 통학거리와 배정학교에대한 불만 때문에 상당수의 진학 포기자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던 일반의 예측을 뒤엎고 대다수 학부모들이 일단 당국 시책에 협조해 보겠다는태도 결정을 했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해서 이 추첨진학제 실시에 따르는 심각한 문젯점과 전체 학부모 및 관계교육자들의 불만이 전적으로 해소된 것이 아님은 더말할 것도 없다. 교육연구소와 일부 신문사가 실시한 그동안의 제1차적 중간조사의 결과에 의하더라도, 먼 통학거리등을 이유로 학교군의 세분과 배정학교의 교체등을 요구하는 여론은 전체 진학 아동의 거의 63%에 이르고있음이 밝혀졌을 뿐 아니라, 학교시설의 평준화를 위해 시급히 당국이 적극적인 재정대책을 마련하라는 소리가 54%, 아동간의 심한 학력·자질차 때문에 특수한 학습지도 대책을 전망하는 소리가 벌써 82%의 절대다수에 이르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당국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한때「교육혁명」이라 불렸던 이 제도가 첫 시행후1개월도 못되어 이미 중대한 시련에 봉착하고 있음을 뜻한다. 당국이 모든 중학의 평준화계획이라하여 그동안 추진했던 일부 교사의 도태, 공립중학교원의 대폭적인 인사교류, 일부 사립중학교에 대한 기한부 시설 보완 명령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중학의 평준화 계획은 사실상 원점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지방 출장중에 있는 권오병문교부장관은 내년도부터 실시될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전주 인천등 6대도시의 세칭 일류중학 15개교를 없애고, 그 학급수만큼 동일계 고교에 학급수를 늘려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러한 세칭 일류중학의 폐쇄방침은 이미 올해 서울 시내에서 실시되어, 하등 새로운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모든 학교의 평준화 계획이 전기한 바와같이 사실상 지상계획에 그치고 있는 상황하에서 그것이 과연 온당한 것이냐는 차제에 진지한 검토가 가해져야 할 것으로 우리는 확신한다.
추점에 의한 기계적인 학교배정의 결과로 세칭 「일류중학」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존재할수없게 되었음은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설사 그러한 학교가 존속한다 하더라도 거기에 배정된 아동은 추첨알의 행운을 뽑은 이질적 아동집단 뿐 일 것이기 때문에, 만일 그러한 학교의 「일류교」로서의「이미지」가 남아 있다면 그것이 교육적으로 좋은 「인센티브」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것 이외에는 종래 소위 「일류학교병」과 관련하여 논의되던 각종 사회적 폐단은 도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책 기술상의 견지에서도 이러한 교육적 효능을 바라볼수 있는 세칭 일류교를 인위적으로 없애는 대신 어느정도외 수준에 올리기까지에도 막대한 재정이 들 신설학교를 자꾸 만든다는 우는 극력 회피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일관성있고 조리있는 문교정책의 강력한 추진을 소망하는 바이지만, 그것이 문교당국자의 좁은 도량이나 독선적인 판단에서 나온 독주로 흐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거듭 경고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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