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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찰즈왕자 첫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장래 영국의 국왕 자리에 오를「찰즈」왕자는 최근 「버킹검」 궁전에서 BBC 기자와 생전 처음으로 공식기자 회견을 가졌다. 다음은 회견내용 초.
『난 장래의 왕이다』라는 지각이 생긴건 언젠가?

<동이 트듯 서서히>
-나이와함께 슬금슬금 자라왔다고나 해둘까. 아무튼, 하루아침 눈을 떠보니 『왕이 된다. 이거 웬 떡이냐. 』식으로 그런 생각이 갑자기 밀려닥친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동이 트듯 가만가만, 그러나 가차없이 밀려왔다.
지위가 지위라 사람 사귀는데도 어려운 점이 많을것 같은데, 선의도 아첨이냐 진짜냐를 가리기 까다로울 게고….
-동감이다. 경험으로 분간할수밖에없다. 그런데 경험으로 말하면, 날 가까이 하려는 사람들은 흔히 「곤란한 친구들」이고 정말 사귀고싶은 사람들은 날 경원해 그게 탈이다.
중학때 귀공의 유명한 「체리·브랜디」만 만취사건의 경위 좀….

<군중을 피하다가>
- 솔직히 고백하면 한모금에 녹았다. 그땐 정말 보따리를 싸고 「시베리아」로 도망치고싶은 심정이었다. 만취의 경위도 싱거웠다. 마을 식당에서 밥을 먹을까하고 앉아있는데 하도 사람들이 유리창너머로 기웃거러 딴방으로 피한다는게 「바」였거든. 안다는 술이름이란 「체리·브랜디」뿐이어서 한잔 청해가지고 한모금 넘기자 그만 세상이 와지끈 무더져내려.
오는 4월 「웨일즈」에서 있을 귀공의황태자숙봉식때 「웨일즈」과격파분자들이 한바탕 소란을 떨거라는 소리도 들리는데 걱정이 되는가?
-약간 된다. 얼마전 부친(필립공)과 그곳을 갔을때도 『「찰즈」야, 「웨일즈」에서 물러나거라』라는 「데모」대접을 받았었다. 7월에도 「데모」같은게 있을것이다. 그러나 계란이나 도마도를 우박으로 뒤집어쓴일이 없다면 미리부터 조바심을 낼것도없다.

<호선 욕섬듣기도>
그밖에도 골탕읕 먹은일이 있는가?
-「오스트레일리아」서 고등학교를 다닐때 하루는 하도 비가 억수로 쏟아져 우산을 들고 나서자 그꼴을힐금힐금 쳐다보던 친구들이 등뒤에서 『오·포미·버스타드』 (영국잡놈!)하고 떠들어대는 소리를 들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체제는정말 즐거웠다.
요새 흔한 학생「데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새 많은 사람들이 흔히 자신을 힘도 없고 존재도 없다고 느끼게되고 그런 심정이 그들로 하여금「데모」라는 극적인 표현을 빌리게 하지않나 하고 생각한다. 물론 그중엔 「데모」도 유행이다. 하자 하는 측도 꽤 있고.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혹평듣고는 중단>
음악취미도 대단하던데…
-한때 「트럼펫」을 불었다. 그런데 하루 교향악단과 더불어 한참 불고 있는데 독일출신여류 「바이얼리니스트」가 『저 「트럼펫」소리 정말 참을수없다』고 하길래 「트럼펫」은 집어치우고 「첼로」를 키기로했다.
연극은?
-얼마전 대학(캐임브리지)극단의 「혁명」이란 연극에서 쓰레기통 청소부 노릇을 했다. 넘마누더기를걸치고 『여봐, 여봐』로 시작하는 엉터리 「조크」를 늘어놓는 광대역. 워낙 「더·군즈」 (익살광대꾼) 의 대「팬」 이라 즐거웠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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