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가정 의례 준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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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대에 따라서 사회의 문화·제도·생활 양식은 변천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근대화의 과정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지나간 날 우리 조상들은 인간 생활의 여러 가지 면에서 예의 범절을 아주 소중히 여겨왔었다. 그 중에도 가족 생활에 관한 의례를 존중하여 중국의 가례를 그대로 숭상해온지 여러 백년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서양 문화에 접하게 된 이후로 세계 문화의 조류에 비추어 볼 때 종래의 혼상제례가 너무나 번거롭기 짝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과연 그 예의 범절이란 도리어 우리 국민 생활의 발전에 지장을 일으킬 정도였다. 여기에서 어떠한 개선의 조처가 없어서는 안되게 되었다.
이리한 실정을 감안하여 이번에 정부는 국민생활 합리화의 일환으로서 가정의례준칙을 마련하여 3월7일 이를 선포하고 그 실천에 옮기기로 하였다. 이는 진실로 근대화의 과점에 뜻 깊은 일이라 하겠다.
그동안 주무장관의 주재 하에 각계 인사로 위원회를 이루어 가지고 여러 차례 회합 토의하여 다듬고 또 다듬어서 드디어 70여 조항의 가정의례준칙을 제창한 것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에 대하여 왈가왈부의 의견이 여러 가지로 있음직하다. 이는 마지못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도리도 없이 전해온 것만을 그대로 둘 수도 없는 일이니 한번 실천해 볼 수밖에 없는 때가 아닌가 말이다.
이 가정의례준칙은 주로 혼상제례를 다룬 것이요, 어디까지나 일반국민의 생활 규범을 제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특정한 종교 의례와 합치하지 않은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어느 종교인이라면 이를 그대로 따르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 국민 생활의 합리화·간소화를 위한 준칙이니 만큼 실천상 세밀한 점에서 여러 가지 애로가 있을 법도 하다.
그래서 전국을 통하여 중앙과 시·도·군에 설치된 실천 위원회의 지도가 크게 기대되는 바이다.
또 어느 시기에 가서는 실정에 비추어 준칙을 경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간에 이를 한번 실천에 옮겨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김두헌<건국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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