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국의 고대력에 따르면 입춘은 신년원단이다. 초목과 동물들은 입춘과함께 동면에서깨어나 새롭고 신선한 생명감에 눈을뜬다. 생명의 활동을 시작 하는 때를 연초로 정한것은 흥미있다.
춥고 음산한 바람만부는 양력의 정월 초하루는 말만 신춘이지한결 어설프다. 음·양력이라는중국의 고대력은기원전6백년, 고대중국의 춘추시대부터 사용해왔다. 황하 중류의 기후에맞추어 달력을 짰다. 태고의 인간들이 그랬둣이 이 달력도 달이 커졌다가는 사그라지는 그 기간에 맞추어서 세월의 길이를 재단했다. 중국고대력이, 물론 우리나라의 절기와는 맞지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고인들은 입춘날, 보리뿌리를 캐보고는 그해의 풍년을 정했다. 뿌리가 길고 무성하면 풍년이요, 몇오리 가냘프면 흉년이다. 올해야 밭고랑마다 눈이 수북이 덮여 보리뿌리는 말할수없이 무성하리라, 풍년을 점칠수 있게 된것인가.
풍년이라도 들어야지, 때아닌 도회지의 쌀소동은 공연히 서민의 마음을 흔든다. 어느새 싸전에선「야미쌀」(암매미)을 주고받는 모양이다.
영국의 시인「셸리」는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노래했다. 2차대전이 한창고비에 이르렀을 무렵 영국왕「조지」6세는 바로 이 시구를 연두사에 인용, 울적한 국민의마음을 위로했었다.
입춘은 계절로 치면 겨울도 봄도 아닌, 어리숭한 절기이다. 바람은 차도 어딘지 유순한 입김을 숨길수 없다. 땅밑, 저 어두운 곳에서는 새로운 생명들이 힘차게 발을 구르고 있을 것이다. 수목들의 가지에도 눈이 녹으면 물이 오르고 움자리가 꿈틀거릴것이다.
입춘은 말하자면 지루한 계절의「액선트」이다. 겨울, 다음의 유순한 봄, 힘찬 생명의 용솟음, 그리고 어두운 땅밑에서의 신비스러운 파열은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상징한다. 겨울은 영원히 겨울일수 없다는 하나의 교훈을 설파한다. 우리는 마음의 내의를 한겹씩 벗으며 밝은 햇볕을, 씨앗이 터지는 그용기를 맞아들이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