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방중 때 시안 가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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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6기 민주평통 자문위원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간담회에는 새로 임명된 300명의 자문위원이 참석했으며 이 중 간부위원 72명에게 박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했다. 왼쪽부터 박 대통령, 황병기 직능운영위원, 정종섭 기획조정법제위원장. [사진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기간(27~30일)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을 방문한다. 과거 장안(長安)으로 불린 곳이다. 한(漢)나라에서 당(唐)나라에 이르기까지 1000여 년간 수도 혹은 중심지로 번영했던 고도(古都)다. 진시황릉·병마용갱(兵馬俑坑) 등의 역사적인 유물이 그곳에 있다.

 김행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6월 27~29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데 이어 29~30일 시안에 머물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중국 순방 시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上海)를 네 차례, 청두(成都)와 칭다오(靑島)를 묶어 한 차례 방문했었다. 시안은 박 대통령이 처음 찾는 코스다.

 박 대통령이 시안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문화적 이유다. 시안은 3000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 고도이자 중국 서부대개발의 거점이기도 하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중국의 100년을 보려면 상하이로, 1000년을 보려면 베이징으로, 2000년을 보려면 시안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며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곳이 시안”이라고 설명했다.

 시안엔 국내 기업도 이미 많이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곳에 총 7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김 대변인은 “시안은 고대 실크로드의 시발점”이라며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중앙아시아와 유럽 진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이라고 말했다. 시안은 항공우주·전자·통신 등이 대표 산업이라 박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창조경제 컨셉트와도 맞아떨어진다.

 시안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인연이 깊은 도시라는 점도 고려됐다. 정상회담 파트너에 대한 배려이자 시 주석과의 정서적 교감을 높이겠다는 생각이 깔린 듯하다. 시 주석은 1953년 베이징에서 태어났지만 ‘정치적 고향’은 산시성 옌안(延安)으로 통한다. 옌안은 시안에서 가깝다. 국무원 부총리까지 지낸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이 1962년 숙청당한 뒤 문화대혁명이 계속되던 69년 1월 시 주석은 16세의 나이에 산시성의 산골마을로 하방(下放)됐다. 베이징 최고급 주택가에서 자라던 그는 이후 7년이나 옌안의 산골 토굴 속에서 지냈다. 그런 고초를 겪은 뒤 시 주석은 공산당에 들어가게 됐고, 22세 때인 75년 칭화대 화공과에 입학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또 시중쉰은 시안과 가까운 푸핑(富平)현에서 태어났고 시 주석의 둘째 누나가 태어난 곳이 시안이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을 쥔 리잔수(栗戰書) 공산당 중앙 판공청 주임은 시안 서기일 때 시 주석과 인연을 맺게 됐다. 판공청 주임은 우리로 치면 청와대 비서실장 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박 대통령은 시안 방문 중 ▶산시성 고위 지도자 접견 ▶현지 진출 기업 시찰 ▶한국인 간담회 ▶유적지 시찰 등의 일정을 가질 예정이다.

신용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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