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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결혼전엔 어색하고 딱딱하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그이의 멋을 더해주던 담배. 남성들에게는 없어선 안될 생활 필수품으로 여겨지던 바로 그 담배가 결혼후엔 웬일인지 무서운 독충같은 생각이 든다. 멋보다는 그이의 건강이 한결 소중하게 여겨질만큼 나의 애정이 실질적으로 변형되었다고나할까
○…얼마 전 이런 나의 걱정을 마치 부채질이나 해주듯 신문의 해외「토픽」난에 『폐암및 간암의 원인은 담배』라는 미국 어느 암 전문가의 말이 실려있었다. 처음읽는 기사는 아니지만 공연히 가슴이 뜨끔했다. 그후 끈덕진 나의 권유로 그이는 금연하기로 결심했다. 당분간은 어린애처럼 수시로 호콩이나 사탕따위의 군것을 빠뜨리지않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어저께 밤의 일이다. 난데없이 화장실에서 담배연기가 모락모락 스며나오는게 아닌가.
필경 아무도모르게 숨어서 피우는 그이의 담배연기라고 직감했다. 나는 그이를 책망할 용기를 읽고 말았다.
얼마후 화장실에서 나오며 태연자약하려는 그이의 귀에다대고 살며시 속삭였다. 「그렇게도 좋아하는 담배라면 양을 절반으로만 줄이셔요.」

<박선희·주부·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5의54 김무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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