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주춤 … 현대·기아차 주가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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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다시 상승 시동을 건 것일까. 현대·기아차 주가가 오르고 있다. 코스피시장에서 현대차는 19일 전날보다 3000원(1.5%) 오른 20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7000원 오른 것까지 포함해 이틀간 5.3% 상승했다. 기아차 주가도 최근 일주일 새 3.9% 올랐다. 올해 저점이던 4월 하순에 비해 현대차는 19일까지 13.4%, 기아차는 18.5% 뛰었다.

 현대·기아차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엔저(円低) 걱정이 가셨기 때문이다. 그것도 실질과 심리, 두 측면 모두에서다. 실질적 요인은 끝없이 떨어지던 엔화 가치가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고, 심리적 요인은 ‘엔저 우려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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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화는 최근 들어 연일 강세다. 5월 하순에 달러당 103엔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는 최근 들어 94~95엔을 오르내리고 있다. 외환·파생상품 투자 전문회사인 우리선물의 손은정 연구원은 “최근 투자 시장에 불안 심리가 번지면서 신흥시장에 풀렸던 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엔화 자산 쪽으로 방향을 튼 게 엔화 강세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현대·기아차는 엔저에도 끄떡없는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판매 실적이 그렇다. 현대·기아차의 5월 유럽시장 점유율은 6.2%로 일본 업체인 도요타(4%), 닛산(2.9%), 혼다(1%)를 압도했다. 성장률도 앞선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유럽 점유율은 1년 전에 비해 0.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도요타는 제자리걸음이다.

 떠오르는 자동차 시장 브릭스(BRICs)에선 더 큰 격차로 일본 업체들을 따돌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이 지역 점유율은 10%로 도요타(5.4%)의 두 배에 가깝다.

 이런 실적이 속속 발표되면서 엔저 우려는 사그라지고 있다. KB투자증권 정승규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와 일본 자동차 업체 모두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 환율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며 “이런 사실이 글로벌 판매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쪽에서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잡았던 요인도 해소됐다. 이달부터 주말 특근을 재개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것이다. 해외 현지 생산이 많다지만 현대·기아차가 주말 특근을 하지 않음으로써 수출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재고가 확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유진투자증권 장문수 연구원은 “주말 특근을 하는 6월의 현대차 국내 생산량은 약 18만 대로 특근이 없었던 5월의 15만4000대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지금이 현대·기아차를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까지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현대차 목표주가 평균치는 27만6700원, 기아차는 7만900원이다. 현대차 목표주가는 현재가격보다 33%, 기아차는 21% 높다. 그러나 미국이 조기에 경기 부양을 위한 돈풀기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글로벌 악재가 불거질 경우엔 자동차 주식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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