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의「서비스」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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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면운휴를 위협하면서 요율인상 투쟁을 벌여오던 전국「버스」조합연합회는 14일 일단 정부측의 타협안을 수락, 마지막 고비에서 15일부터의 전면운휴 결의를 철회하였다. 이날 정부는 오는3월31일까지 시내「버스」와 시외「버스」의 요율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한다는 언질을 준 것을 비롯하여 각종 조세상의 특혜조처, 노후차량대체자금의 알선, 차량공급가격의 재조정 등 5개 항목에 걸친 대안을 제시, 업자측이 이를 수락한 것이다.
때마침 서울지검 경제부는 이번「버스」요율 인상을 둘러싸고 교통부·서울시청 등 관계기관에 거액의 뇌물을 전달한 혐의를 잡고, 전국「버스」조합연합회장 박인천씨를 구속하는 한편 동연합회본부와 각도지부 및 관계공무원들에 대한 광범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출혈운행으로 전국의「버스」업자들이 모두 도산 지경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에도 그들의 운휴 위협의 명분이었던 만큼 한꺼번에 4, 5천만원이라는 거액의 교제비를 연출해 가면서 요금인상공작을 벌이는「버스」업자들의 작폐에 대해서 국민은 새삼 끓어오르는 분격을 금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업자·정부간의 합의사항이라는 것이 일방적으로 업자의 주장에 끌려다니면서 요율인상을 3개월 후의 기정사실로 확약해준 반면, 시민에 대한「서비스」개선이라든지,「버스」가 대중교통수단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도의 물적시설 기준설정 등에 관해서는 전혀 아무런 언급이나 고려가 없었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 단정하여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업자들이나 정부관계당국은 다같이 손을 가슴에 얹고 냉정히 반성해 보라. 일부 호화스런관광「버스」등을 제외하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운행되고 있는 대부분의「버스」라는 것이 과연 사람을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를 먼저 따져보라는 것이다. 정원 같은 것은 아예 지켜본 일도 없이 마구 사람을 태울 뿐만 아니라, 이들 승객을 마치 짐작처럼 떠다밀고 부리는 것을 오히려 정상으로 알고 있는 차장이나 운전원들의 횡포가 규탄 된지는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차량내외의 지저분한 위생환경에 대한 시정이 전혀 고려 밖으로 밀려나 있음은 물론, 소위 좌석「버스」라는 것 안에서조차도 밤에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한 실내조명을 한 차량이 단 한 대라도 있는가를 따져봄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의 교통공로행정당국자로서「버스」의 적정요율의 책정문제 등은 이와 같은 비정상적 사태의 정상화가 이루어진다는 조건 하에서만 비로소 운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승객에 대한「서비스」개선과 공익위주의 운행질서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공영제」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일부측 주장에 대하여 본난은 그것이 한국적 실정 하에서 반드시 최선의 길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것은 자유기업의 원칙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체제 하에서 업자로 하여금「서비스」위주의 자유경쟁을 통해 기업의 발전과 대중교통수단의 발달을·희구하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하철·고가전철의 가설 등 대중교통수단의 획기적인 발전대책과 함께 정부는 현존「버스」운영의 합리화를 위해서도 최소한도의「서비스」기준을 먼저 확립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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