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에의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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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후의 세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24년째로 접어든다. 지난 23년간의 전후세계를 돌아볼 때 그야말로 변전 무상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국제정세는 물론 제국간의 관계 ,또는「이데올로기」면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국제적인 다원화의 경향, 공산수정주의의 대두, 그밖의 과학 문화의 발전은 세계정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변천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그러나「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비롯해서 동서, 남북간 또는 제국간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로 말미암은 충돌과 동란 또한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새해를 맞이할 매마다 평화와 번영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체제와 새로운 질서를 희구하며 모색하게 되지만 현실은 의연히 혼돈과 불안의 시대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인류공동의 이상이 실현되고 있기는커녕 오히려 그와 상치되는 현실이 되풀이되고 있는 느낌이다.

<좌절된 기대>
특히 지난해는 전후세계사에 있어서 보기 드문 이변의 해였으며 격동의 한 해였다. 그 가운데는「체코」사태, 세계적인 학생「데모」, 국제통화의 위기,「마틴·루터·킹」목사 및「로버트·케네디」상원의원의 암살 등 복잡 괴기한 사건들이 일어나서 모름지기 광란의 시대를 연상하게 하였다. 「아시아」·중동·구주·미주 등 거의 전 세계에서 파동이 휘몰아친 것이다.
그와 반면 월남전쟁의 정치적 협상, 국제통화 불안의 제거를 위한 협상, 우주과학의 발전 등 주요문제가 심정의 조후를 보이고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한가닥 징조였다고 할 수 있을 뿐이다·
새해와 더불어 보다 밝은 세계가 이룩되고 평화로운 세계가 될 것을 바라는 것은 비단 한 정된 국민만의 희망은 아닐 것이다. 특히 금년 1969년은 1960연대의 마지막 해가된다. 1960연대에 일어났던 주요국제 문제인 다원화, 동서평화공존, 월남전쟁, 중소분쟁, 미소우주선 경쟁 등을 총체적으로 정리해 보고 결산해 볼만한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해와 더불어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정세의 현재나 과거를 볼 때 그 전도를 낙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제관계는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며 항상 예기하지 않았던 돌발사가 일어나서 세계를 격동시키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세계>
시대적으로는 금년이야말로 1970연대에로의 대전환의 해가될 것이지만 현안의 세계문제들 이 절도있게 해결될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신년 벽두 중동에서부터 긴장이 고조되었지만 이 한해에도 묵은 국제적인 숙제들이 해결될 밝은 전망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유엔」이든 강대국이든 견원지간에 있는「이스라엘」과「아랍」제국의 숙원을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 수년간 격화된 월남전쟁은「파리」회담의 시작과 더불어 정치적 해결의 길을 열어 놓았으나 그 앞길에는 아직도 험난한 것이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오는 20일 8년 만에「닉슨」공화당 정권이 발족하며「닉슨」차기 대통령은 이미 월남전쟁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을 언명했으나 이렇다할 청사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가지 명백한 것은 월남전쟁의 비 미국화정책 또는 이른바「군·정」분리정책으로 월남의 자위력 강화가 더욱더 요구될 것으로 보며 궁극적으로 월남의 장내여하도 그것에 좌우될 것으로 보아는 것이다.
한편 공산권의 정세를 볼 때 금년에는 중소분쟁을 비롯해서 그 내분이 다시금 격화될 듯 하다. 소련이 준비하고 있는 5월의 세계공산당회의와 중공이 준비하고 있는 중공 제9차 전당대회가 개최되면 중소는 상호 대결체제를 더욱 경화하게 될 것이다. 중소의 절대적인 대결체제는 미·소·중공의 3각 관계에서 중소가 각기 대미대결을 잠정적으로 후퇴시킬지도 모르는 것이다.

<자조와 자위>
돌이켜 한국이 직면한 정세를 볼 때 세계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든 그대로 냉엄한 것이 있다고 보겠다. 월남전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그 결과와 그 뒤의 정세를 안?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 공산권의 분열이 격화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유리하게만 생각할 수는 없다. 소련이든 중공이든 북괴든 그들로부터의 직접 또는 간접의 위협은 결코 감소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와 반면 동서평화공존의 기운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세계의 현상유지, 또는 긴장완화라는 점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그 자체가 진정한「화친」은 아니며 분단된 국가의 경우는『분단의 영구화』로 간주하여 그것 또한 우리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우기 북괴는 무력적화통일을 호언하면서 갖은 악랄한 도발행위를 감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것은 더욱 격화될 것이 예상된다.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냉정히 판단할 수 있는 외국인의 견해를 보더라도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통일이 가까운 장래에 이룩될 것으로는 보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북괴의 위협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러한 정세 속의 한국의 진로는 무엇일까. 우리의 안보는 우리의 자위력과 우방국가의 협조로써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방국가의 협조는 우리 자체의 능력여하에 달려 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국제적으로「자조」와「자위」가 강조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지위·지원은 다같이 우리에게 달려있다. 강력하고 안정된 나라로서 또 존경받는 나라로서의 한국의 진로를 개척함에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시대가 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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