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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숙제 사산조각 날지 못한 인공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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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뮌스터=문인형특파원】지난 11월말 있었던 ELDO(구주발사기개발기구)의 인공위성적재용 「로·키트」 「유럽」 1호의 발사실패는 구주인들에게 충격적인 실망을 안겨주었다.
미소의 우주개발독점에 대한 선전포고이기도 했고, 구주열강이 뜻을 같이 모은 10년래의 숙원이기도 했던 「유럽」 1호는 모든 구주인의 기대를 배반한 채 호주의 「우메라」 발사장을 떠난 지 몇 분만에 불발탄이 되었던 것이다.
즉 「유럽」 1호는 3단계 「로키트」 연소시간의 단축으로 지구선회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3개국 제작참가>
길이 34미터 4단계의 「로키트」로 이루어진 「유럽」 1호는 그 이름이 나타내듯 구주총동원의 역작이었다. 최하부 1단계는 영국이, 2단계는 불란서가, 그리고 3단계 및 최종단계 「로키트」는 서독이, 그리고 그 위에 실려있는 실험용 인공위성은 이태리가 책임지고 만들었다. 이 외에도 ELDO회원국엔 「벨기에」 「네덜란드」, 호주 등이 있으니 구주 총동원이란 말이 결코 지나친 표현은 아니리라.

<6억불 경비 들여>
발사실패원인은 서독제의 3단계 로키트 부분이 계획된 3백50초 대신 7초 밖에 연소를 못한데 있다. 그러나 이 실패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작년 8월과 12월에 있은 발사에선 영·불제의 1, 2단계가 고장나 실패하고 또 그간 사소한 고장 등으로 여러 번 실패해 7번이나 계획이 지연되었다. 이러한 기술상의 난관은 부득불 경비를 더하게 되어 당초 2억불 예산으로 1967연대 완성을 목표했던 「유럽」 1호 그간 경비를 5억불이나 사용하여 총경비도 예정의 3배가 넘는 6억2천만불선으로 계상되고 있다.

<오륜중계 꿈 깨져>
미국과 소련이 달궤도선회 「로키트」를 보유한 지금 미소가 1957년에 성공한 지구궤도진입「로키트」조차 실패만 거듭하는 「유럽」은 지금 마냥 초조하기만 하다.
ELDO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1972년의 「뮌헨·올림픽」 「텔리비젼」 중계는 구주인의 손에 의해 올려진 중계위성에 의해 전세계에 방영되리라고 구주인들은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 「유럽」 1호의 실패는 이러한 그들의 꿈을 산산조각으로 만들고 말았다.

<발전적 해체 제의>
「유럽」 1호의 실패이전에 이미 경제형편을 들어 1971년엔 ELDO에서 탈퇴할 것을 선언한 영국은 이번 실패를 계기로 그 뜻을 더욱 굳혔다. 지난 11월 중순의 제3회 구주우주여행연구회의에서 서독의 학술상(과학상) 「스톨텐베르크」는 영국의 탈퇴를 극력 만류하면서 구주가 현존 ELDO나 ESRO(구주인공위성연구기구) 등을 발전적 해체시키고 미국의 「나사」와 같은 강력한 통일우주개발기구를 만들자는 제의를 했으나 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못 벗은 기술낙후>
앞으로 영국이 없는 ELDO에선 불과 서독이 주축이 되어야 하는데, 따라서 예산과 기술의 양면에서 볼 때 ELDO의 위축이 예견된다. 현재 「유럽」 어느 나라도 단독으로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릴 수 있는 추진력을 가진 「로키트」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는 주로 기술상의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주가 「로키트」를 못갖고 있는 지금 통신위성으로 얻는 이득은 미국이 독점하고 있다시피한 상태-. 미국은 「얼리버드」와 같은 중계위성으로 연 수백만불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데 앞으로 우주에 대형전신전화중계소가 마련되는 우주통신시대가 오면 연간 수십억불의 통신중계료를 획득할 것이 예상된다.

<좌절감 안고 초조>
구주권을 형성, 국제정치에서의 강력한 영향력을 추구하는 「유럽」제국이 우주개발경쟁의 첫 문턱에도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우주개발시도가 실패하는 원인은 한 개의 로키트가 4개국 이상의 손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만큼 각국의 이해관계조정이 어려운데에 있다. 그 많은 돈을 들여 1단계 로키트를 개발하느니 값 싼 미국 「로키트」를 사서 통신위성을 쏘아올리겠다는 영국의 입장이 이러한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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