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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낙하산·관치 인사 논란 … 청와대, 잠정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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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 왼쪽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오른쪽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관치(官治) 논란과 낙하산 인사 시비가 일고 있는 공공기관장 인사가 잠정 중단됐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각 부처에 “현재 진행 중인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하달했다고 복수의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17일 전했다. 지침을 받은 기관들은 서류심사와 면접심사 등 기관장 선임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공공기관장 인선에 제동이 걸린 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원칙을 무색하게 할 만한 잡음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11일 국무회의에서 ‘국정철학 공유’와 ‘전문성’을 공공기관 인선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당시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에) 낙하산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 공기업과 일부 금융회사의 수장에 잇따라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들이 선임되면서 관치 논란은 커져갔다.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등 경제 관료 출신이 발탁된 게 그 예다. 금융계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산하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는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차관, LH공사 사장에는 역시 국토부 출신의 이재영 경기도시공사 사장이 기용되면서 노조 반발 등 잡음을 빚고 있다. 코레일·한국수자원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 등도 새 최고경영자(CEO)로 각각 상부 부처의 옛 관료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공모 접수 마감도 끝나지 않았던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최근 친박근혜계인 김영선(4선) 전 새누리당 의원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청와대를 움직이게 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김행 대변인을 통해 지난 10일 김 전 의원의 내정설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그리고 이튿날 곧바로 기관장 선임 잠정 중단 지침을 하달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공무원의 내부 승진이 많고 전문성이 중시되고 있다”며 “관료나 국회의원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제하는 건 옳지 않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기관장으로 가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인선 중단 조치가 “베스트 오브 베스트(최고 적임자)”를 고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예비후보 폭을 훨씬 늘려 두루두루 폭넓게 찾는 작업이 상당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비정상적인 부분들, 국민과 언론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들여다보고 비정상은 정상적으로 환원하는 것이 맞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단된 인선 작업이 다시 시작되면 당초 내정설이 돌던 전직 관료 등이 낙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또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 노사정위원장에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가 ‘상향식’ 추천으로 발탁된 게 대표적이다. ‘수첩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인사 보안을 중시하며 하향식 ‘깜짝 인사’를 해왔던 이전과는 대비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인선에 대해 “새 정부가 출범할 때보다 (후보자 수를) 훨씬 늘려서 찾는, 다양하게 추천되고 (적임자를) 찾는 그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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