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눈물로 사과한 2루심 … 비디오 판독이 오심 막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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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철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언제까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 뒤에 숨을 것인가. 심판도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심이 경기의 전부가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오심이 나오면 심판과 해당 구단은 유감 표명과 용서로 일을 마무리하려 한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이는 공염불이다.

 프로야구에서 치명적인 오심이 나왔다. 15일 잠실 LG-넥센 경기. 0-0으로 맞선 5회 말 2사 만루, LG 박용택이 넥센 선발 나이트의 공을 쳤다. 3루수 김민성이 땅볼을 잘 잡아 2루수 서건창에게 뿌렸다.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은 물론 TV 중계를 지켜본 팬들도 모두 ‘당연히 아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박근영(40)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평정심을 잃은 나이트는 후속 정의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다음 타자 이병규에겐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다. 오심이 승패를 결정했다. 9-0으로 이긴 LG도 꺼림칙했고, 6연패한 넥센은 화를 삭여야 했다.

박근영 심판(가운데)이 15일 LG-넥센전 LG 1루 주자 오지환의 포스 아웃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박 심판은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위쪽 사진).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 심판위원장이 16일 염경엽 감독에게 사과하고 있다. [MBC SPORTS+ 화면], [뉴시스]

 15일 경기 뒤 박근영 심판은 염 감독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염 감독은 “모르는 번호라서 받지 않았다. 그런데 박 심판이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를 남겼다. 곧바로 전화했더니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울더라. ‘일부러 한 게 아니니 괜찮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도 16일 염 감독에게 사과했다. 조 위원장은 “문제를 일으켜 죄송하다. 이해가 안 되는 오심이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KBO는 이날 박근영 심판에게 2군행의 징계를 내렸다.

 이렇게 KBO 심판진과 넥센은 표면적으로 사과하고 용서했다. 하지만 팬들은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KBO는 오심을 막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지난 시즌 뒤엔 미국에서 투구 궤적 시스템을 들여와 정확한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도록 돕고 있다. 판정 정확도를 심판의 연봉 산정에 반영하는 고과 시스템도 정비 중이다. 하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오심 방지를 위해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프로야구는 2009시즌부터 홈런-파울 타구 판정에 대해서만 비디오 판독을 허용하고 있다. KBO는 “페어와 파울, 노바운드와 원바운드 타구는 몰라도 아웃과 세이프까지 비디오에 맡기면 심판이 필요 없게 된다”며 홈런 타구 외 판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당 팀별로 1회 정도의 기회만 주면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비디오 판독은 불필요한 어필을 없애 경기의 빠른 진행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프로배구는 2007~2008시즌부터 경기당 양팀에 1회씩 비디오 판독 기회를 주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판정 시비는 물론 오심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15일 경기 오심의 최대 피해자인 넥센의 나이트는 “만나는 사람마다 ‘잘못된 판정에 대해 내가 미안하다’고 말해줬다.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쿨하게’ 말하는 나이트를 보며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KBO는 당장 오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김우철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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