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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관치만큼 경계해야 할 노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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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은 오랜 고질병이 다시 도진 사례다. 낙하산 인사와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가 맞물린 것이다. 아무리 임 회장이 지주회사 사장으로 3년간 일했다고 해도 노조의 ‘관치금융’이란 비난이 얼토당토않은 게 아니다. 당국의 입김에 의해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의 NH농협금융 회장 선임과 BS금융 회장 퇴진이 꼬리를 물지 않는가.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KB금융은 당국이 개입할 명분도 없다. 그럼에도 매번 신임 회장의 출근저지를 반복해온 노조의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경영진 길들이기’를 통해 뒷거래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치만큼 경계해야 할 대상이 노치(勞治·노조에 의한 통치)다. 공공부문의 노조 조직률은 65%로 민간기업(10.6%)의 6배를 넘는다. 공공부문은 ‘철밥통’이란 비난에 아랑곳없이 노조를 통해 이중삼중의 보호벽을 쌓아왔다. 조합원에 대한 인사 방침과 기준을 노조와 합의토록 못박은 단체협약도 흔하다. 금융기관이나 공기업 노조들의 군기 잡기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파업이나 출근저지는 저리 가라다. 회사의 약점을 정치권에 흘려 자료 제출을 요구토록 하거나 국정감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민간기업이라면 당연히 ‘해사(害社)행위’로 징계 대상이다.

 박근혜정부의 공공부문 물갈이 인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정부가 진실로 금융기관과 공기업의 개혁을 원한다면 스스로의 인사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대선 캠프나 관료 출신을 내려보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누가 봐도 문제를 삼기 힘든 인물을 앉혀야 노치의 빌미를 주지 않는다. 이런 경영진이라야 과감한 개혁을 통해 경영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공공부문이 멍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미 금융기관과 공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공공부문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위험수위다. 낙하산 인사와 노치, 모두 뿌리 뽑아야 할 낡은 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