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화마기습|남대문시장 화재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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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3일 새벽 남대문시장경비원 송재수씨 (29) 와 조세열씨 (31) 는 검은 연기와 함께 붉은 불길을 보고『불이야』고 고함치면서 119에 긴급 신고했다.
곧 소방차가 달려왔으나 불이 번져만 나자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알지 못했으며 개방시장 2층 건물 옥상에 가건물을 짓고 살던 40여가구 주민들은 불길을 피해 간신히 피난했다. 불길이 삽시간에 옆 대도백화점으로 옮겨지자 옥상에 살던 30여가구의 주민들도 당황, 대피소동으로 수라장을 이루었다.
이때 뒤늦은 강신호씨(46)와 2녀 경남양(16)은 다급한 김에 3층에서 뛰어내리다가 중상을 입었다.
곧이어 최두열 서울시경국장을 비롯 경찰간부들이 총출동, 진화작업을 지휘했으나 건물 안에는 연말대목을 노려 산더미처럼 쌓였던 아동복·식료품·기타 의류등을 모두 그대로 불태웠다.
불길은 이른 새벽의 밤하늘을 훤히 밝혀주며 타오르기만 했고 출동한 소방관과 깅찰관들은 불덩이가 된 개방시장 2층 건물을 둘러싸고 물길을 퍼부으며 다른 건물에 연회되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었다.
이곳 상인들은 30여명의 경비원을 고용, 밤이면 점프를 닫고 모두 귀가하기 때문에 대부분 새벽불의 기습이 재산을 잿더미로 만든 것을 알지 못했다. 이날상오7시쯤에야 방송을 듣거나 첫출근, 잿더미가 된 화재현장을 보고 모두 넋을 잃었다.
개방시장 한복부 임성택씨 (46) 는 부인과 함께 평소대로 상점에나 왔다가 점포가 잿더미로 화한 모습을 보고 부인은 주저앉아 통곡, 임씨는 멍하니 서 있었다. 이어 점포주들이 몰리기 시작, 4백여명의 경찰관들이 길을 차단하고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들어가려는 상인들과 옥신각신 밀치는 소동을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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