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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셰일가스, 에너지 대기업 독과점은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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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홍장표
부경대학교 경제학 교수

최근 미국과 캐나다에서 셰일가스라는 천연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천연가스 도입선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의 국내 도입가격은 중동산 가스 가격보다 25% 정도 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수입하면 에너지 수입가격의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는 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서민들의 빠듯한 가계살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대 속에 최근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에너지 대기업의 사업기회를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천연가스 판매를 사실상 허용하고 반·출입 사업까지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제출되었다. 에너지 대기업들이 셰일가스 수입과 판매 사업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에너지 대기업들이 자가소비용 천연가스 수입권을 확보하고 나아가 도매사업에 진출하려고 한 것은 오래전부터다. 가스 수입과 도매사업은 수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력과 수요처를 갖춘 몇몇 에너지 대기업만 진출할 수 있다. 일단 대기업이 사업권만 확보하면 큰 이득이 보장된다. 천연가스 도입가격은 계약시점 국제 LNG시장의 시황에 좌우되는데, 시황이 좋을 때 계약을 체결하면 커다란 이익을 보장받게 된다. 국제 천연가스가격의 고공 행진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대기업들이 값싼 셰일가스가 등장하자 판매사업까지 넘보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대기업이 담당하는 천연가스 사업영역을 확대하면 국익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기업들이 가스를 싸게 구입해 판매하도록 경쟁을 유도하면 소비자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내용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동안 민간 대기업이 천연가스를 싼 값으로 수입했지만 에너지 요금은 하락하지 않았다. 천연가스를 값싸게 수입했지만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에너지 대기업들이 과도한 물량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면, 천연가스 수급관리에 어려움이 배가된다. 그 부담은 가정용 가스 요금 인상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값싼 천연가스가 들어와도 대기업들만 이익을 보고 일반 소비자는 피해를 보는 묘한(?) 일이 벌어진다. 민간 대기업에 천연가스 수입과 판매를 맡긴 일본은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이 가장 비싼 나라로 알려져 있다. 가정용 도시가스는 일반 산업용보다 두 배 이상이나 비싸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가스수입과 도매사업을 20년 이상 전담해온 것도 이런 폐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에너지를 거의 대부분 수입해 사용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값싼 셰일가스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이는 분명 좋은 소식이다. 값싼 에너지가 수입되면, 그로 인한 이익은 모든 에너지 소비자와 가정에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경제민주화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건 새 정부에서 몇몇 에너지 대기업들만 이익을 얻도록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홍장표 부경대학교 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