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종사' 재조명하는 공대 교수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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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고려대 기계공학과 최영돈(63·사진) 교수는 비행기를 띄우는 유체역학, 풍력·태양열 등을 연구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다. 2004년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과 수급 구조를 바로잡자며 관련 학자들을 모아 ‘미래 에너지포럼’을 만들기도 했다.

 그의 또 하나의 정체성은 원불교 교리 전문가다. 증조할머니가 신자였던 집안에 태어난 그는 열한 살 때 원불교에 입교했다. 당시 살던 집 근처인 충남 계룡산에 원불교 훈련원이 들어서면서 그 일에 관여하던 원불교 3대 종법사 대산(大山) 김대거(1914~98) 종법사와 인연을 맺었다.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모셨다.

 최 교수는 “대산 종법사는 진리를 완전히 대각(大覺)하고 시대를 앞서 꿰뚫어 본 분” “사상이 원만평등해 군더더기 없이 전체를 갖추신 분”이라고 했다. 나름의 종교관에 따라 원불교 교리를 연구하다 보니 종법사의 그런 면모가 보이더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자신의 평생 연구 결과를 14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대산 종사 탄생 100년 기념 학술강연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대산 종법사의 종교 사상에 대해 발표한 적은 있지만 그의 사상 전모를 살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대산 종법사는 단순히 교조(敎祖)인 소태산(少太山) 박중빈 대종사, 2대 정산 종법사 등 전임자들의 사상을 물려 받은 이가 아니다. 세계 평화를 위해 종교가 나서야 하고, 그러기 위해 ‘정치적 유엔’에 걸맞는 종교인들의 유엔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극단적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예견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비슷한 세계 공동의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을 이어 받은 일종의 정신 개혁 운동인 새 삶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글=신준봉,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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