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탁상품도 고객 보호할 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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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은행의 신탁상품도 증권거래처럼 고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9부(재판장 郭宗勳부장판사)는 10일 "은행이 권유한 무담보 기업어음(CP)신탁상품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모두 잃었다"며 D통신회사 사장 李모씨 등이 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98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은행은 39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의 신탁상품이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알선하는 것인 만큼 위험성 높은 거래를 적극 권유해서는 안되는 등의 고객보호의무가 있다"며 "은행이 李씨에게 '절대 부도가 날 염려가 없다'는 등의 단정적인 판단을 제시하고 해당사의 재무상태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잘못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李씨 등이 은행 측과 계약 당시 은행 측이 약관에 명시한 '원본과 이익의 보전을 하지 아니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원본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李씨 측이 금융계에 대해 잘 알고 투자회사의 재무상태를 확인하는 노력 등을 게을리했으므로 은행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李씨 등은 2001년 6월 인천정유의 기업어음에 투자하라는 외환은행 모 지점장의 권유에 따라 98억여원을 특정금전신탁에 투자했으나 같은해 8월 인천정유가 1차 부도를 낸 후 법정관리에 들어가 원금도 못건지게 되자 소송을 냈다.

김현경 기자 <goodj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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