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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 스타 출신 매팅리 "류현진 통해 야구 새로 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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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돈 매팅리(52·LA 다저스) 감독은 냉정하고 빈틈없는 리더로 평가된다. 최고의 엘리트이면서도 승리에 잔뜩 굶주려 있다. 이런 지도자 아래서 선수 생활을 하는 건 숨막히는 일이다. 그러나 류현진(26)은 씩씩하다. 연이은 호투로 매팅리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9일(한국시간)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매팅리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류현진은 우리 팀 최다승(6승2패) 투수다. (13일 오전 11시) 애리조나전도 꼭 이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석 달 전만 해도 류현진을 반신반의했던 그는 이제 ‘코리언 몬스터’에게 기대고 있다.

“12명 투수 중 하나”서 “다저스 희망”으로

 선수와 지도자로서 최고의 야구를 했던 매팅리는 “류현진을 통해 새로운 야구를 배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류현진은 미국에서도 흔치 않은 투수다. 한 시즌 162경기를 치르며 류현진처럼 안정적인 투수가 팀에 얼마나 필요한지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매팅리는 1982년 데뷔 때부터 95년 은퇴할 때까지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팀 뉴욕 양키스에서만 뛰었다. 통산 1785경기에 나서 타율 0.307, 222홈런, 1099타점을 기록했다. 85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포지션별 최고 타자를 뽑는 실버슬러거를 3회, 최고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를 9회 수상할 만큼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했다. 양키스는 그의 등번호 23번을 영구결번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JTBC 해설위원은 “매팅리는 양키스 주장 출신이다. 지금의 데릭 지터 같은 전국구 스타였다. 메이저리그 최다 연속 경기 홈런(8경기) 기록도 갖고 있다. 양키스 같은 스타군단에서 주장을 했다는 건 굉장한 카리스마가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새 무기 필요없어, 지금처럼 하면 충분”

 완벽주의자답게 그는 자기 확신이 매우 강하다. 선수 시절 “타자가 투수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한 건 유명한 일화다. 이에 대해 매팅리는 “그건 오해다. ‘162경기에 모두 나오는 타자가 33경기 정도 나오는 선발투수보다 승리에 기여할 기회가 5배 정도 많다’고 말한 게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고(故) 조지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는 오히려 매팅리를 ‘가장 비효율적인 3할 타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매팅리가 현역으로 뛴 기간은 양키스의 암흑기였다. 양키스는 그가 뛰었던 14년 동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양키스 영구결번 14명 가운데 우승 반지가 없는 선수는 매팅리가 유일하다. 우승을 향한 그의 열망은 지도자가 되어 더욱 커졌다. 2004년 양키스 코치가 된 그는 명장 조 토리(73)의 뒤를 이어 양키스 사령탑에 오를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토리 감독과 함께 2008년 다저스로 떠났고, 2011년 다저스 감독을 맡았다. 다저스 역시 명문으로 꼽히지만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올 시즌도 12일 현재 28승36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다. 얼마 전에는 매팅리의 경질설까지 나왔다.

  다저스의 반등 동력은 류현진을 비롯해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 등 강력한 선발 투수진이다. 특히 류현진의 호투는 매팅리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매팅리는 류현진을 처음 만났다. 첫날 훈련 프로그램이 자가톤(Jogathon·조깅+마라톤)이었다. 류현진은 꼴찌를 했다. 매팅리는 “류현진은 12명 선발투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3할 타율 히트맨 칭찬 “류, 최고의 9번 타자”

 송 위원은 “매팅리는 선수 시절 비교적 작은 체구(1m80㎝·80㎏)로 홈런을 펑펑 쳤던 선수다. 자기관리에 매우 철저했던 사람이 류현진을 봤을 때 ‘몸이 덜 만들어졌다’ ‘프로의식이 부족하다’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전을 치르면서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류현진에 대한 매팅리의 신뢰는 굳어지고 있다. “류현진은 요요처럼 춤추는 파워(빠른 공)를 갖고 있다. 게다가 변화구가 좋고 제구력까지 뛰어나다. 이런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결코 흔하지 않다.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 동서남북·상하좌우를 완벽하게 활용하는 투수”라고 매팅리는 류현진을 극찬했다.

 19년 전 다저스에 입단했던 박찬호(40·은퇴)는 토미 라소다(86·현 다저스 고문) 당시 다저스 감독과 인간적으로 애틋한 사이였다. 라소다는 “박찬호는 내 양아들”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스물한 살 나이에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를 라소다가 먼저 나서 감싼 것이다. 류현진과 매팅리의 출발은 박찬호-라소다의 처음과 정반대였다. 그러나 류현진의 뛰어난 피칭이 매팅리를 바꿔놨다. “류현진의 단점을 꼬집어내기 힘들다. 새로운 무기(구종)는 필요 없고 지금 하는 대로만 하면 충분하다. 류현진은 다저스의 희망이고, 최고의 9번 타자다.” 매팅리의 말은 평가라기보다는 헌사(獻辭)에 가까웠다.

LA중앙일보=봉화식 기자, 김식 기자< bo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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