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통 최강희, 아슬아슬 줄타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11일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로 득점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11명이 한마음으로 뭉쳐 한 발씩 더 뛴 정신력 덕분에 1-0으로 승리했지만, 최강희 감독의 고집과 이해 못할 팀 운영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뉴시스]
최강희

한국 축구는 숨이 차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고지에 오르기가 이렇게 힘들었던 건 1994 미국 월드컵 진출을 이뤄냈던 1993년 도하의 기적 이후 20년 만이다. 최강희 감독의 고집 탓이다.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렸기에 보는 사람들은 조마조마하다.

 한국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1-0으로 눌렀다. 졸전 끝에 1-1로 비긴 레바논전(4일)보다 나아졌지만 시원한 경기는 아니었다. 상대 자책골 덕분에 힘겹게 이겼다.

 4승2무1패로 조1위다. 하지만 아직 조2위까지 주어지는 브라질행 티켓을 확정 짓지는 못했다. 18일 이란과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자력 진출이다. 져도 본선에 오를 수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이 이란에 지고,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에 크게 이기면 골득실에서 밀려 조 3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최 감독 고집’의 대표적인 사례가 피지컬 트레이너(체력담당 코치)를 두지 않은 것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는 체력의 승리였다. 90분 내내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던 건 ‘저승사자’로 불린 피지컬 트레이너 베르하이옌 덕분이었다. 히딩크는 선수들 체력에 관한 문제는 피지컬 트레이너에게 일임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은 홍명보 감독이 진두지휘했지만 이케다 세이고라는 일본인 피지컬 트레이너가 뒤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속팀에서 스케줄이 제각각인 선수들의 컨디션을 비슷한 수준으로 빠르게 끌어올리는 일은 피지컬 트레이너 아니면 할 수 없다.

 지난해 축구협회는 최 감독에게 피지컬 트레이너를 구하라고 조언했지만 최 감독은 이를 거절했다. 훈련 내용이나 방식에 대해 피지컬 트레이너가 조언하는 걸 최 감독이 부담스러워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전날 밤 빗속 혈투를 벌인 선수들에게 12일 회복훈련 없이 외박을 준 것도 걱정스럽다. 이창엽 수원 삼성 피지컬 트레이너는 “경기 다음 날 회복훈련을 안 했을 때는 복귀 후 하루 동안 회복훈련을 한다. 함께 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한 대표팀으로서는 조직력을 가다듬을 귀중한 시간이 하루 줄어드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회복훈련을 안 할 경우 경미한 부상이 생긴 선수에 대한 점검이 어렵고 부상이 방치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 선발의 편협함도 우려된다. 이란전에는 뛸 만한 미드필더가 별로 없다. 김남일(36·인천)은 부상이고, 박종우(24·부산)는 경고누적으로 못 뛴다. 남은 자원은 이명주(23·포항)·한국영(23·쇼난벨마레)·장현수(22·FC도쿄) 등 대표팀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뿐이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외부 영입은 없다. 박종우 이상으로 활약해 줄 선수가 분명히 있다”며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기성용(24·스완지시티)을 부르지 않겠다고 했다. 현 대표팀의 단합을 위한 강수(强手)라고 볼 수 있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다. 두 선수를 두고 “외부”라고 표현한 것도 비판받는 대목이다.

 최만희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실장은 “논란이 많겠지만 지금은 감독의 의중을 믿고 따라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일단 고비는 넘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준비해 이란전에서 반드시 설욕하겠다”고 투지를 보이고 있다.

송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