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표의「스쿠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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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번 미국대통령선거는 어느때없이많은「에피소드」를 남겨놓았다. 미국의 2대통신사(UPI·AP)를 비롯해 3대방송국은 3백만「달러」에 이르는 공동출자로 공동취재반을 편성, 1분마다 정세를 타전했다. 그 속도는 거의 동시성을 과시할만했다.「컴퓨터」보도란 이런 식이다.
미국 전국에 흩어져있는 개표소에서 그 상황을 기자가 촌각으로 취재해서 집계결과를 「버튼」으로 누르면, 그것이 어느새 중앙의 총계소로 직결, 그대로「카피」가 되어 전세계에 쏟아져 나온다. 이것이 1분마다 한차례씩 전국적으로「커버」되는 형편이니 초속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두 후보의 득표상황이 엎치락뒤치락 하는중에서 UPI의「하원대결」보도는 또하나의「에피소드」가 되었다.
「닉슨」쪽으로 대세가 기울어진것은 7일 자정께였다. 이 무렵은 각 통신사들이 여유있게「보류」라는 딱지와함께「닉슨」의「프로필」을 타전했다. 개표가 진행되는동안 두후보의거동은 퍽 대조적이다.「닉슨」은 승부가 가려질때까지「뉴요크」의「월더프·아스토리아·호텔」에서 TV를 지켜보고 있었다. 승리가 확실해지자 그는 맨 먼저 운동원들을 찾아『댕큐!』를 연발했다. 그가 얼마나 초조했는지를 보여주는 한단면이다.
그러나「험프리」후보는 일찍기 잠자리에 들었다. 민주당의「케네디」도「윌슨」도 그랬듯이「모사재인 성사재천」의 심경이었던 것 같다. 범속한 생각으로는 잠이들지 않았을것 같은데, 아뭏든 그는 잠자리에 들었다.
개표가 한창 열을 올리는동안「험프리」의 운동원들이 승리성명까지 준비했었다는 뒷얘기는 실소를 자아낸다. 대세가 얼마나 백중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7일자 서울의 석간들은 또 하나 재미있는 보도들을 하고있었다. 도하신문들은 한결같이「닉슨」이 얻은 선거인단 표수를 2백90으로 집계하고 있었다. 이튿날 조간까지도 그런 보도를 한 경우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 유독「스쿠프」를 한신문이 없지도 않았다. 「닉슨」의 표를 3백2표로 계산한 것이다. 다른신문들은 UPI「카피」중에서 그런기사가 중간에 끼여 있는것을 잡지못했는지도 모른다.「험프리」쪽으로 기우는듯한「미주리」주의 12표가 마지막에「닉슨」으로 엎어졌었다. 이런경우 기자의 성실과 책임감과 재치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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