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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물어죽인 개 주인에 4년형 선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로버트 노엘.
이웃 주민을 물어 죽인 개의 주인인 로버트 노엘이 지난 월요일(이하 현지시간) 4년형을 선고 받았다.

한편 그의 아내 마조리 놀러에게 적용된 2급 살인 혐의는 기각돼, 그녀에 대한 형 선고는 추후로 연기되었다. 이 판결은 희생자 가족과 친지들의 격렬한 항의를 불러 일으켰다.

제임스 워렌 상급법원 판사는 노엘이 대배심 앞에서 선서한 바를 어기고 거짓 증언을 했기 때문에 그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최고 형량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노엘(60)은 이미 복역한 기간과 모범수로 감형된 기간을 빼고 앞으로 약 2년 남짓한 672일간을 복역하게 된다고 워렌 판사는 말했다.

그의 부인 놀러(46)는 당초 2급 살인죄가 적용돼 최소 15년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을 뻔 했으나 이번 결정으로 최고 4년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최종 선고일은 7월 중순경으로 미뤄졌다.

판결문 요지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 2급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애완동물의 주인이 그 동물이 누군가를 살해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제임스 워렌 판사는 마조리 놀러에게 적용된 2급 살인 혐의를 기각한 것과 관련, 그녀가 위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 지에 대한 증거가 충분치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워렌 판사는 놀러의 남편이자 공동 피고인 로버트 노엘에게는 이런 혐의가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판사의 시각으로 볼때 그의 부인보다는 그에게 더 많은 과실이 있다고 말했다.

당초 이들 부부는 다이앤 휘플(33)의 살인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휘플은 2001년 1월26일 식료품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중 개들에게 물려 사망했다. 피해자는 아파트 건물 복도에서 이 개들에게 공격당했다.

놀러는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피해자를 복도 끝으로 끌고 갔으며 자신은 이를 저지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노엘은 현장에 없었다.

워렌 판사는 공격 당시 피고인이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피고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엘의 보호감찰 청원을 기각했다.

워렌 판사는 노엘이 자신의 개가 언제라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지닌 시한 폭탄 같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판사는 노엘이 자신의 아내 놀러가 그 개들을 다룰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무도 당신들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워렌 판사는 지난 3월, 유죄 평결에서 노엘과 놀러 두 피고에게 적용된 과실치사 및 위험동물 사육죄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는 피고들의 행동이 '비열한 짓'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렌 판사는 놀러에게 적용된 2급 살인 혐의에 대한 재심 신청에는 동의했다. 검찰측의 제임스 해머 검사는 워렌 판사에게 재심 동의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렌 판사는 이번 재판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언급하며 놀러와 노엘 부부가 '이 도시에서 가장 경멸받는 한 쌍'이 되었다고 말하며, 자신이 보기에도 이 두 부부가 이웃 주민 휘플을 사망으로 이끈 이번 사건에 대해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워렌 판사는 이들에게 "아무도 당신들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법에 따라 2급 살인죄를 적용하기에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노엘은 형무소 복역 이외에도 피해자 보상 기금으로 5천 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이들 부부는 휘플의 가족에게 피해보상금으로 6천8백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변호사 노릇에 바빠 인간이 될 틈이 없었다"

휘플과 동거하던 친구 샤론 스미스는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자 울음을 터뜨렸다.

스미스는 법정 문을 나서며 "심판은 내려졌지만 나는 오히려 정의가 깨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을 한 스미스는 판사측에 놀러와 노엘 두 피고에게 최고 징역 4년을 선고하라고 요구했다.

"내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당신들 중 누구도 미안하다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신들은 변호사 노릇에 바빠 인간이 될 틈이 없었다. 다이앤이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신들은 그녀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다며 끊임 없이 거짓말 만을 내뱉었다."
— 휘플의 친구
샤론 스미스
그녀는 이 부부가 자신에게 애도의 뜻을 전혀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인 휘플에게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발뺌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들을 향해 "당신들은 변호사 노릇에 바빠 인간이 될 틈이 없었다"며 "당신들의 행동이 한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휘플의 다른 가족과 친지들도 이번 판결에 충격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놀러와 노엘은 휘플의 죽음이 비극적 사고일 뿐이라고 말했으나, 지난 3월 배심원 측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심원측은 이들 부부가 베인, 헤라라는 이름의 커다란 프레사-카나리오 종 개들이 계속해서 사고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이 맹견종은 덩치가 무척 크고 감시견으로 자주 쓰인다.

놀러의 변호인은 워렌 판사에게 놀러에게는 살인죄를 적용시킬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으며 재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엘이 재판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으므로 재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주간 지속된 이번 재판은 여론의 집중을 피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옮겨져 진행됐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측이 피해자가 당한 끔찍한 공격을 세세히 묘사하면서 미국 전역은 이 사건에 대한 여론으로 뜨거워졌다. 피해자인 휘플은 두 마리 개중 한 마리에 의해 목이 뜯겨 나가고 옷이 찢기는 등 온 몸을 물렸다.

SAN FRANCISCO, Californi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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