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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사과따기 막바지에|시세소식에 울고 웃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갑자기 온몸에 젖어드는 진한 능금냄새에 눈을 떴을 때 영천행 완행 「버스」는 하양땅에 들어서고 있었다.
경북경산군 하양면은 「대구사과」로 알려진 능금의 명산지-.
국도연변을 따라 늘어선 사과나무숲은 이제 잘익은 과실로 온통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백녹부에도 첫얼음이 잡혔다는 소식과함께 이곳의 능금거두는 일도 막바지에 올랐다.
여기 저기 삼각사다리를 걸친채 한알씩 조심스레 능금을 따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밑에서 두손으로 따낸 능금을 종류와 크기등으로 선별하고있다. 한 능금밭에서 평균 30여명은 넉넉히 되어보였다.
능금밭으로 들어서는 좁은 길목은 공판장으로 실어나르는 손수레와 달구지로 붐비고, 공판장에서 들려오는 「오늘의 시세」에 잠시 일손을 멈추는 사람들도 눈에띄었다.
우리나라 사과생산량의80%를 대구사과가 차지하고 그 가운데서도 하양일대는 대구사과의 75%를 공급하고있지만 언제부터 이곳이 사과명산지가 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드물다.
대구능금조합이사 김우도씨는 우리나라에 사과가 들어온지 76년째된다고 했다. 1892년 대구에 살던 외국인 선교사가 관광용으로 묘목을가져온것이 시초라고했다.
경제재배를 시작한 것은 1905년. 그때만도 하양땅에서 능금재배를 하던 사람은 모두1백42가구뿐이었다지만 지금은9천81가구가 1년평균 14만톤을 거두는, 그맛도 동양제일을 자랑하고있다.
그 종류도 갖가지-.
오뉴월 능금꽃이 지고난 직후에 내놓는 홍괴·황괴종류가 있는가하면 7월초순 풋풋한 냄새를 풍기며 은근한 맛을 내는 지. 그뒤를 이어 제일 혼히 볼수있는 빨간색의 맛이 시큼하면서 그래도 감미로운 홍옥, 맛은 싱거워도 향기로 한몫을 차지하는 연하게 붉고 껍질이 엷은 욱은 단한개면 아무리 큰방안이라도 온통 능금냄새로 덮을수 있다고.
서리맞은후 10월하순께부터 우리주변에 선보이는 국광, 신국광, 진한 연두색의 달콤한 인도, 향기와 맛과 껍질의 엷은 것으로 능금중의 옥자라는 「골든델리셔스」. 살이연하고 드문드문 붉은색이 얼룩진 「스타킹」등 하양땅에서만도 10종류가 넘는 능금이난다. 그밖에 세계적으로 알려진 품종은 수백가지라지만그속의 감로, 학란, 봉학란, 승성자, 왜금등이 조금씩 전국에 흩어져 재배된다.
풍성했던 잎들이 진다. 빨갛게 익은 사과는 일꾼들의 손이 움직일때마다 하나 둘 나무가지에서 광주리로 옮겨진다. 사과추수는 끝나고 잎은 바람에 지고-앙상한 가지에 찬서리가 내리면 가을은 어느덧 저물고 저만큼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글 백학준 기자
사진 이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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