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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보다 빨리|육상백m9초9와 신기록 향한 인류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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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간의 체력은 어느점이 한계선일까. 인간의 능력을 실험하는「올림픽」은 그의미를 점차 새로이 하고있다.
인류의 영원한 우정과 평화를 참가에의 숭고한 이념으로 삼고 세계를「하나」로 연결시키는 가교의 역할을 담당해온것이「올림픽」이었지만, 지금은 인간능력의 한계점을 향한 부단한 도전이란 의미로 새로이 해석되고있다.
그러기에 그동안의「올림픽」은 새로운 기록경신으로 혜성처럼 등장해서 불멸의 성좌에 오른「스타」들이 수없이 쏟아져나왔고, 이번「멕시코」제19회「올림픽」대회도 그런면에서 예의는 아니다.
해발2천2백40미터의 고원은 단연 불리한 자연조건이었지만, 체력으로 자연을 극복하는 인간의 능력을 무한한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었다.
고원에서의「올림픽」은 당초부터 개최의 의의조차 문제가 될 정도로「멕시코」의 고도는 심각한 논란을 가져왔다.
산소가 희박할때의 피로회복문제가 대회개막전까지「스포츠」의학계의 한과제였었다.

<기록저조 예상뒤집고>
역대「올림픽」에 비해 기록이 크게 뒤떨어질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와같은 예상은 대회첫날 육상경기에서부터 양상을 달리했다. 짧은 시간을 필요로하는 경기, 즉 역도나 육상단거리는 별다른 지장을 받지않았던것. 다만 중·장거리나 조정처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종목에서만 약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증명되고있다.
14일 저녁6시(한국시간 15일 상오9시)「에스타디오·올림피카」경기장 육상남자 1백m결승전은 일대 장관을 이루었다.
올해 21살된 미국의 흑인선수「지미·하인즈」가 1백m를 9초9로 주파, 10초의 벽을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검은 얼굴의 사나이가 결승점「테이프」를 끊었다. 열광하는 5만여명의 관중들. 그환호의 물결과 시선을 한몸에지닌 여유만만한 자세. 1백m를 달리던 순간의 가속도를 몸에 지닌채「트랙」의「코너」를 계속 천천히 달리는 모습. 관중들의 환호는 우승자를 위한것이라기보다 한계점이라고 일컬어진 10초의 벽을 무너뜨린 기록의 사나이에게 향한 것이라고봐도 옳다.
기록을 알리는 전광게시판에「지미·하인즈」의 이름이 켜지고 9·9의 숫자가 밝혀졌을때 환호의 물결은 다시한번 크게 파도쳤다.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기록의 사나이는 두손을 높이 쳐들어흔들며 관중들에게 답했다.
「지미·하인즈」가 1백m를 9초9에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8년만에 10초F돌파>
금년 6월20일 미국「캘리포니아」주「새크러멘토」시에서 열렸던 전미국육상선수권대회때 그는「찰리·그린」및「로미·스미드」등과 함께 나란히 9초9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때는「스파이크」자체가 공인받는 것이 아니어서 기록이 공인되지 못했다.
10초의 벽을 향한 도전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었다.
64년 동경「올림픽」에서「보브·헤이즈」가 9초9를 기록했을때는 초속2·7미터의 뒷바람을 받았기때문에 공인받지못했다(뒷바람의 공인한계는 초속2미터). 이때 이미 9초9의 가능성은 예측되었던것.
36년「베를린·올림픽」에서「제시·오웬스」가 10초2로 달렸을때 인간의 한계선은 10초F로 굳어졌다.
24년후인 60년「로마」대회에서 서독의「알민·하리」가 대망의 10초F에 도달했다. 또다시 새로운 가능성이 대전제로 남게되었고, 10초F에서 벽을 돌파하기까지는 불과 8년밖에 안걸린셈이 되었다.
더우기 이번「멕시코」대회에서「지미·하인즈」는 10초F의 같은 기록으로 2,3위를 차지한「레녹스·밀러」(자메이카)나「찰즈·그린」(미)보다「스타트」가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주-70m 지점에서부터 선두에 나서서 인류의 숙원이던 9초9로「테이프」를 끊은 점은 결코 가볍게 보아넘길수없다.
9초8, 또는9초7의 가능성을 바라볼수 있게되었기 때문이다.
9초9의 가능성을 이미 체험했던 이들 미국의 단거리선수,「하인즈」나「그린」은「멕시코」에서 9초8을 예언했었다. 이와같이 부단히 발전하는「가능성」은 어느 지점에서 그칠것인가하는 의문점이 이번「올림픽」에서 새로운 화제를 모으고있다.
그밖에 여자1백m도 미국의 흑인선수「와이오미아·타이어즈」양이 11초F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우승했다.「타이어즈」양은 예선에서 11초F를 기록했으나 뒷바람 때문에 공인되지 못했다.
이번「멕시코」육상경기는 이처럼 흑인선수들이 선풍을 일으키고있어 흑인에 의한 육상인 듯한 느낌마저 주고있다.
남자 1백m의 1·2·3위, 여자 l백m의 1·2위가 모두 흑인선수들이고, 1만m의 1·2·3위를 차지했던「나프탈리·테무」(케냐)「마모·웰데」(이디오피아)「모하메드·가무디」(튀니지)등이 모두 흑인이었다.
또「타이어즈」양은 동경「올림픽」에 이어 여자선수로서는「올림픽」사상 처음으로 1백m에 2연패했다는 점에「흑인선풍」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올림픽」「흑인선풍」은 동경대회이후「클로스·업」되었던 이야기. 육상에서만 과반수의「메달」이 이번 대회에서 흑인선수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육상경기에 흑인선풍>
국제「올림픽」위원회가 흑인을 차별대우하는 남아연방의「올림픽」출전을 허용했을때(68년1월「그러노블」총회)흑인선수들의 맹렬한 반발에 부딪쳐 남아의 출전을 금지토록 총회결정을 번복한 것도(68년5월「로잔」집행위원회)흑인선풍의 위력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하나 특이한 양상은 육상에서 동양선수들이 크게 후퇴하고 있는 현상이다.「동양의 다리」, 가장 빠른 사나이로 알려진 일본의「이이지마·히데오」(飯島秀雄)가 이번 대회에서 10초2로 예선에 통과하고 준결승에서 탈탁하고만것은 체질구조에 의한「핸디캡」.
결국 동양인으로「올림픽」육상에서 상위입상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글 이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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