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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난임은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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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이를 갖고 싶어도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은 이제 개개의 가정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사회 문제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조사에 따르면 20~40대 기혼 여성 3명 중 한 명이 난임을 경험했을 정도로 난임은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물론 정부는 2006년부터 일부 난임 부부에 대한 시술 지원을 벌이고, 최근 국회에선 김관영 민주당 의원이 유급의 난임휴가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긍정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젠 난임 문제를 출산율을 높이는 한편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범 사회적으로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공감대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난임 문제는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보사연 조사 결과 20~44세 기혼여성의 난임률은 32.3%였는데, 이는 3년 전보다 6.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25~34세 여성은 세 명 중 한 명꼴, 35~39세 여성은 두 명 중 한 명꼴로 난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난임은 불치가 아니다. 적절한 치료와 체외수정·시험관 시술 등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전국 월평균 소득 150% 이하의 가구에 대해 인공수정 3회, 체외수정 4회의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층이 아닌 경우 비싼 시술비와 클리닉 비용 부담이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시술 지원층을 늘리고 난임 치료와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더욱 적극적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난임 여성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보사연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난임 진단을 받은 부부 중 여성의 94.5%가 우울 증상을 겪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체외수정 등으로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황나미 연구위원은 “단순한 시술 지원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사회적 지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난임의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의료계에서도 난임은 단순한 생리적 문제가 아니라 만혼의 증가와 환경 오염, 스트레스 등 사회적 문제와 결합돼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직장에 다니는 여성(36%)이 전업주부(29.3%)보다 난임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에 일부 직장에선 기혼 여직원의 경우 난임 시술 기간을 무급휴직 사유로 인정해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난임은 이미 일부 기업의 아량과 개인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난임을 해결하려는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노력이 요청된다. 각종 모성보호 프로그램에 난임 문제를 추가하고,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고, 법 통과 이전에라도 각 직장에서 유급휴가 지원을 하는 것 등이 난임을 해결하려는 범 사회적 노력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